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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교육과 직업은 분리돼서는 안 된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3-02-07 19: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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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 국 진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선사시대에도 교육과 직업이 존재했을까? 직업이라기보다는 생명을 유지하고 종족을 번성시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각자가 할 수 있는 행위를 했을 것이다. 교육 또한 불특정 다수를 모아놓고 다양한 지식을 펼쳐 놓아 그중의 하나를 고르는 형태는 아니었다. 각자가 가진 능력에 따라 종족에서의 위치가 정해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그 위치에서 이미 역할을 맡은 선임자에게 배우는 것이 교육의 전부였을 것이다. 즉, 교육과 직업이라는 것이 생존 그 자체에 하나로 완전하게 녹아 있는 형태였다.

    문명과 문화가 발전하면서 직업과 교육에도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큰 변화는 교육의 방법과 직업의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농업의 발전을 통해 기본적인 생존 환경이 갖춰지면서 생존 이외의 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직업들, 예를 들어 철학, 예술 등의 관련 직업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교육들도 생겨났다. 그렇다 하더라도 근대화 이전까지는 신분에 따른 직업의 계승이 주를 이루었고, 주요 산업인 농업에 기초하는 직업군이 주를 이루었다.

    근대화 이후, 인류는 선사시대와는 비교 불가능한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고 대다수 국가의 신분제도가 폐지되면서, 교육과 직업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제는 태어난 신분의 영향보다는, 어떤 교육 과정을 선택하고 얼마만큼 노력했느냐에 따라 개인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직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소양을 위한 다양한 교육 과정이 생겨났다.

    유럽의 경우 대다수 국가가 지금까지도 교육과 직업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직업 선택을 위한 교육 과정 운영이 중학교부터 시행이 되는 나라가 많다. 이런 국가에서는 대학원 과정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초과학, 인문, 사회, 예술 관련 직업군을 중학교 때부터 선택하는 비율이 30퍼센트를 넘지 않고 있고, 나머지 70퍼센트의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 직업을 먼저 선택하고 그에 맞는 교육 과정을 선택하여 진학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상대적으로 교육과 직업의 연관성이 매우 낮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때 90퍼센트에 육박하던 대학 진학률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70퍼센트를 넘고 있는데, 전체 대학의 전공 비율과 직업군의 분포에 많은 차이가 있다. 오죽하면 유명 경제 통신사인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 대해, 대학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전공과 다른 직업을 갖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가장 큰 나라라는 분석을 내놓았겠는가. 원래는 90명의 농부가 열심히 논을 갈고 10명의 농악패가 흥을 돋워야 하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나라는 현재 10명의 농부만 일하고, 90명이 너도나도 농악을 하겠다는 상황인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교육과 직업이 연계될 수 있는 혁신적인 1차 교육혁명을 통해 노동시장의 안정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과감한 대학의 구조 조정을 통해 대학 진학률을 낮추고, 우리나라 산업 구조에 맞추어 대학 전공을 조정해야 하며, 중학교부터 진로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교육 과정을 선택하도록 전면적인 교육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당장은 이해 당사자들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하겠지만, 이제 겨우 반만년의 세월을 견뎌온 우리에게 새로운 반만년을 준비하는 희생이라고 여긴다면 그 또한 값지지 않겠는가.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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