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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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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강릉 초당두부

담백·고소 슬로푸드… 건강味가 몽글몽글
조선 문신 허엽 호에서 ‘초당’ 유래
바닷물 간수 넣은 두부로 유명세

  • 기사입력 : 2023-02-10 0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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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백질·지방·아미노산 등 풍부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치료 효과

    전골·젤라또 등 다양한 메뉴 개발

    초당두부마을 방문객 300만명 넘어

    봄을 시샘하듯 찬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는 따뜻한 두부전골 또는 순두부찌개 한 그릇이 떠오른다. 두부 중 전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강릉초당두부’는 강릉시 초당동에서 탄생한 팔도 명물이다.

    강릉 초당순두부 상차림.
    강릉 초당순두부 상차림.

    ◇초당두부의 유래= ‘초당(草堂)’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였던 허엽(許曄·1517~1580)의 호다. 허엽은 여류시인 허난설헌과 ‘홍길동전’ 작가 허균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가 강릉부사로 재임할 때 탄생한 게 바로 초당두부였다.

    예부터 서민들은 두부를 만들어 먹었지만 소금기가 없어 맛이 좀 싱거웠다고 한다. 강릉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바람이 강해 천일염 생산이 어려웠다. 때문에 서민들이 소금기를 넣을 생각을 못했지만 허엽은 바닷물이라는 천연 간수로 두부를 만들게 했고, 특유의 맛이 소문나며 대표 음식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초당두부가 널리 확산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부터였다. 전쟁 중 마을에서 두부를 쑤어 시장에 내다파는 집이 한두 집 생기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형편이 어렵다보니 전쟁 이후에는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1986년 초당마을에서 처음으로 두부를 메뉴로 한 원조초당순두부집이 영업을 시작했다. 피폐해진 가정 경제를 이끌기 위해 가족들이 밤새 두부를 만들었고, 여성들은 대야를 이고 강릉 시내에 나가 팔았던 것이 차츰 이름을 얻어 지금의 유명세를 갖게 됐다.

    ◇맛·영양 만점=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콩으로 만든 식품인 두부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 칼슘이 풍부한데다 아미노산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콩에 들어있는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 즉, 리놀레산으로 체내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심장병과 비만증, 고혈압, 동맥경화를 비롯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까지 있다. 더욱이 상당량의 토코페롤은 피부를 곱고 튼튼하게 해 주므로 노화방지에도 한 몫한다. 천연 해수(海水)를 사용한 두부는 콩물이 응고되는 모양이 독특하다.

    강릉 초당에서는 눈이 내린 듯 몽글몽글한 순두부(초두부)를 만날 수 있는데, 다른 두부와 다른 뭉게구름 모양의 담백한 순두부가 특징이며, 이 순두부로 만든 두부는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강릉초당두부는 대표적인 슬로푸드이자 웰빙 먹거리의 대명사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즉석식품들이 주변에 많지만 두부에는 시간과 정성이 듬뿍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접한 이들은 별 맛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담백한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혀끝에 감기는 부드러움이 오랜 시간 남는다. 자극적인 요즘의 식단에서 순한 그 맛이 그리워 다시 찾게 되는 요리다.

    강릉초당두부보존회장인 김규태(53)대표는 3대째 ‘초당 토박이 할머니 순두부’를 운영하며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옛날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집도 있고, 최근에는 트렌드에 맞춰 젊은층의 신규 창업도 확산되고 있는데 그 덕에 손님도 더 늘어났다”고 했다. 또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두부요리가 생길 것이고 거기에 맛과 친절까지 갖춰 강릉초당두부가 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두부 요리들= 강릉의 두부요리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인기있는 메뉴는 두부전골이다. 쑥갓,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호박 등 각종 야채에 순 국산재료 강릉초당두부를 넣어 만든 두부전골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또 두부 본연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순두부정식, 모두부가 메인 메뉴다. 초당두부도 시대 흐름에 맟춰 활발히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순두부짬뽕도 많이 찾는다. 강릉짬뽕순두부 동화가든 본점과 소나무집초당순두부 등 초당두부거리 대부분의 가게들이 맛집으로 정평 나 있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매콤한 짬뽕 향과 보들보들한 순두부의 조화가 일품으로 해장용으로 탁월한 효과가 있다. 문어순두부 등 다양한 메뉴가 개발되고, 밑반찬도 기존 김치 장아찌에서 벗어나 계란말이 등 신세대 입맛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 순두부 젤라또 매장 역시 고소한 두부의 맛과 시원 쫀득한 젤라또의 풍미가 더해져 MZ세대 사이에서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이와 함께 초당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릉초당두부 아이스크림, 초당두부 케이크, 초당두부 유제품, 초당두부 만두 등이 개발돼 출시됐다.

    강릉 초당두부를 만드는 맷돌.
    강릉 초당두부를 만드는 맷돌.

    ◇초당두부 맛있게 먹기= 두부 음식점이 옹기종기 모여 두부촌을 형성한 초당두부마을에는 두부집이 20곳 운영되다 최근 더 늘어나 25개소가 됐다. 해마다 초당두부를 맛보기 위해 초당두부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300만명이 넘는다. 초당두부가 지역 경제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 운영해 역사가 비슷하고, 바닷물로 응고해 두부를 만든다는 점이 유사하다. 단 집집마다 콩물을 내는 방식과 끓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음식을 내는 스타일도 약간씩 다르다. 흰 순두부만을 고집하는 곳도 있고, 양념을 더한 전골을 주력으로 하는 업소도 있다.

    초당두부의 제 맛을 보려면 갓 만든 두부를 맛볼 수 있는 아침에 가는 것이 좋다. 아무리 잘 만든 두부라도 찬 물에 넣고 하루를 넘기면 그 진미가 달아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초당두부 가게에 가면 새벽 4시부터 콩을 갈아 만들기 시작해 7시쯤 완성된 갓 만든 두부를 먹을 수 있다. 강릉 초당마을 주변에는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아르떼뮤지엄, 경포아쿠아리움 등 관광지가 인접해 있으며 안목 커피거리도 가깝다.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강릉에서 초당두부를 맛보며 식도락 여행을 즐기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자.

    강원일보=최영재 기자·사진=강원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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