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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의원의 ‘주인’ 의식

  • 기사입력 : 2023-02-15 20: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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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의회가 정책 개발 보고 형식으로 매월 발간 중인 ‘정책프리즘’이 홍길동 신세에 처했다. 무생물에 홍길동 신세라니 무슨 말인가 싶지만 처지가 딱 그렇다. 글쓴이가 있으나, 그 이름을 밝혀선 안되기 때문이다.

    가령 ‘김현미’가 쓴 글이지만 ‘김현미에 따르면’이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도의회 내부에서 쉬쉬하는 ‘정책프리즘 언론 보도 준칙’이라고 할까.

    정책프리즘은 지난 11대 경남도의회 출범 이듬해인 2019년부터 시작된 도의회의 정책 발간물로, 의원들의 정책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관들이 지역의 중요 이슈나 현안에 대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활동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은 정책지원관이 품을 들여 만든 저작물이라는 소리다.

    사정은 이렇다. 얼마 전 도의회 관계자가 기자를 찾아와 이르길 “정책프리즘 보도는 감사하나 이름은 안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냐 물으니 “의원님들이 언짢아 하신다”는 답이 왔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다시 반문하니 한 마디 더 보탰다. “주인이 돋보여야 하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라고.

    ‘주인’. 그 단어를 듣고는 생각했다. ‘주인의 반댓말이 뭐였더라’.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도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긴급회동을 한 적이 있다. 내용인 즉, 정책프리즘 내용 관련해 한 정책지원관이 방송 인터뷰한 것을 두고 적정성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회동 이후 의회 내 정책지원부서에는 ‘인터뷰 요청이 올 경우 의원을 대동하거나, 의원에게 넘겨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전달됐었다.

    얼마 전 기자에게 “정책지원관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건 아마 지난 여름 이후로도 언론에서 정책지원관의 이름을 썼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누군가의 심기가 또 불편해졌을 테고, 이번엔 언론사에 말해보자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사실 이 부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정책프리즘’은 도의회의 발간물이고 정책지원관은 도의회 직원이니, 정책프리즘 내용에 대한 저작권은 도의회에 있을 것이다. 따져보면 이 직원은 정책지원관 이름을 빼달라고 했지, 의원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한 게 아니지 않는가.

    언론도 여태와 같이 글쓴이를 밝힌다 한들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불편하다. 엄연히 글쓴이가 있는데 글쓴이 이름을 적지 말라 하고, 글쓴이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온 언론 보도로 정책지원관은 눈치를 본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한 ‘정책지원관’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이. 도민 만을 위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 할 도의원들에게 불필요한 ‘주인’ 의식이 생긴 건 아닌지.

    김현미(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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