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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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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내 친구가 졌다- 최영인

  • 기사입력 : 2023-02-16 08:10:29
  •   

  • 작년엔

    놀이터 곁

    미루나무가

    제일 컸는데


    올해는 졌다

    우리 동네 새로 생긴

    높다란 아파트한테


    작년엔

    뒷산 보름달이

    최고 밝았는데


    올해는 졌다

    번쩍번쩍

    아파트 상가

    요란한 불빛한테


    ☞ 어릴 적 시골 외가에 가면 마을 입구에 높다란 미루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미루나무인 줄 알았다. 뿌리는 중력을 향하고 가지는 중력에 역행하며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의 생명력. 미루나무는 자신의 큰 키를 자랑하며 그 꼭대기는 늘 푸른 하늘에 닿을 듯했다.

    달을 사랑하고 숭배하는 인간의 성정은 달빛을 얻은 태초부터 그러했으리라. 보름달이 뜨면 소원을 빌고, 외롭고 슬플 때는 달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우주선을 타고 달에 오간다 해도 아이들은 떡방아 찧는 토끼가 달에 살기를 바란다. 달빛이 주는 환희는 문명의 불빛이 주는 편리함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커다란 미루나무는 아이가 키우는 꿈이고, 달빛은 아이가 꿈꾸는 영원한 소망이다. 아파트 상가의 요란한 불빛 아래 각박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나무와 달은 순수하고 평화로운 추억이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걸린 하얀 달이 아이들의 예쁜 꿈을 오래도록 지켜주었으면 한다. -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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