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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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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취미는 독서입니다만-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3-02-21 19: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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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이력서에 ‘취미’나 ‘특기’를 쓰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라떼만 해도 이런 걸 적는 칸이 항상 있었고, 쓸 때마다 고민이었다. 내 취미가 뭐지? 특기는? 하고 자신에게 반문하곤 했다. 그래서 취미엔 독서를, 특기엔 운동을 적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그때 취미와 특기는 바뀌기도 했다.

    취미가 독서라고 하면 무언가 불편한 시선이 느껴진다. 평소의 나의 모습과 일치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 취미도 아니면서 그럴싸해 보이는 것으로 적었다는 눈빛일까? 아무튼 곱지만은 않은 시선이 꽂힌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 얼마나 많이 읽느냐?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 이 작가의 이 작품을 아느냐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문다. 아~ 취미를 독서라고 쓰지 말았어야 했나. 물론 상대도 딱히 내가 진정한 ‘독서가’인지 궁금해서라거나, 나의 독서 취향이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은 아닐 테지만.

    취미가 독서인 게 아주 거짓말은 아니다. 운전하지 않고 가는 여행길에는 책을 한 권은 챙긴다. 몇 권 있지도 않은 책 중에서 어떤 게 좋을지를 고르는 것도 여행 준비의 아주 아주 작은 부분 중 하나다. 유럽에 취재를 위해 가는 길에는 ‘어린 왕자’를 골라 갔었다. 물론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에 책을 읽었느냐 하면 아니다. 좌석 모니터에서 영국 드라마 ‘셜록’을 봤고, 비행 대부분 나는 가수면 상태였다. 책을 읽은 곳은 연결 항공편 대기 시간 공항에서였다. 누가 보면 엄청난 독서광 혹은 독서 애호가로 봤겠지만, 아시다시피 어린 왕자라는 책은 길지도 않거니와 내용도 대충 아는 것이어서 거창함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대충 아는 내용이 맞는지, 진짜 결말은 무엇인지 기억나지도 않고 해서 겸사겸사 골랐다.

    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도서관 아니겠는가. 대학 입학 후 중도(중앙도서관)에 꽂힌, 내 기준에선 셀 수도 없이 많은 책을 보며 다 읽어보리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물론 대학 도서관은 시험기간 자리를 맡아두고 잠깐 머무는 곳이었지 책을 많이 빌리거나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곳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서고 한 칸의 책도 읽지 못했다.

    나의 두 번째 도서관은 군대였다. 친한 고참이 도서관장(?) 보직을 맡고 있기도 하고 그 무렵에는 병장을 달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도 있었다. 대부분 추리소설을 비롯해 재미가 책 선정의 최우선 기준이었다. 처음 접한 캐드펠 시리즈는 재미있었다.

    세 번째 도서관은 경남도의회 자료실. 이름은 자료실이지만 신간도 꽤나 많은데다 책을 신청하면 구매해서 갖춰놓기도 해 아는 사람은 아는 명소다. 한적하기도 하고. 여기선 주로 무라카미 하루키 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경쟁률이 그리 치열하지 않아 원하는 책을 여유 있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진짜 취미가 독서인 것 같지만, 나에게 독서는 ‘있어 보이는’ 그 무언가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 사놓기도 하고, 누가 추천하면 또 솔깃해서 뒤적여보기도 하고 그런 존재다. 이른바 ‘세계문학전집’스러운 인문 고전은 로망이기도 하고. 정확히 말하면 ‘독서’보다는 ‘책’ 그 자체가 취미인 것도 같다. 취미는 자주 하지 않아도, 또 잘하지 않아도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디테일하게 묻지 마시라. 아무튼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차상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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