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시가 있는 간이역] 봄내음 - 홍진기

  • 기사입력 : 2023-02-23 08:49:46
  •   

  • 볕살이 올이 굵은 우리 동네 삼월 하순

    여지없는 초록바람 꽃물이 드는 산천

    산바람 몸 비비는 소리 간지러운 풀내음


    암노루 뒤뚱뒤뚱 뒷동산 등을 넘고

    까투리 별난 몸짓 다복솔에 몸을 숨어

    온 산은 꽃불이 타네 잘박이는 꽃내음


    멧비둘기 달뜬 가슴 향 묻는 바람 안고

    앞뒤 뜰 두루 사방 질펀하게 익어가는

    버는 봄 부푸는 가슴 풋보리밭 흙내음


    ☞ 봄볕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는 볕살이다.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를 지나자 잎샘추위도 무색하게 산과 들은 연둣빛 새순이 돋기 시작한다. 봄은 모성의 젖내음을 풍기며 봄바람을 몰고 와 다복솔에 몸을 숨긴 노루와 까투리의 별난 몸짓을 보게 한다. 멧비둘기는 앞산뒷산 짝을 찾는 소리로 바쁠 때고, 생명이 움트는 소리와 색은 천주산을 유록색으로 만들고 간지러운 산바람에 신나겠다. 봄철은 다양한 자연생태계에 종족 번식을 위한 암컷의 마음을 얻는 수컷의 움직임이 화려해지고 새들의 지저귐도 부산스럽고 요란해진다.

    창원을 대표하는 천주산은 머잖아 울긋불긋 꽃대궐로 꽃불이 일고 잘박이는 꽃내음으로 사람들을 유혹할 것이다. 천주산 아랫동네에서 풀내음 꽃내음 흙내음을 맡고 산 세월이 사십년 가까운 시인의 봄은 후각 시각 청각으로 찾아온다. 천주산 지킴이 역할을 하는 시인의 봄내음은, 세상만물을 공손하게 관찰하고 사랑하는 시인의 사람내음이다. - 옥영숙(시조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