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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5 의거일을 경남도민의 날로 해야 하는 이유-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23-03-07 19: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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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남도는 누리집을 통해 ‘도민의 날’ 찾기 아이디어 공모를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8일까지 진행했다. 경남도는 과거 도청이 부산에서 창원으로 이전한 1983년 10월 14일을 도민의 날로 정했지만, 1993년 조례 폐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정계에서는 진주와 연계되는 진주대첩 승전일인 10월 10일(음력) 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추세다. 필자는 3·15의거일인 3월 15일을 ‘도민의 날’로 정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를 들겠다.

    첫째, 3·15의거는 대한민국 민주화와 국민주권 쟁취의 초석이 된 역사적 날이다. 김주열 열사의 경우 3·15의거 27일 만인 4월 11일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시신이 발견되어 2차 항쟁과 4·19의거의 도화선이 됐다. 마산의 민주화운동은 특정학교가 아니라 올바른 이성을 가진 분들이 여러 분야에서 분연히 일어선 시민운동이다. 3·15의거(3월 15일 1차 의거, 4월 11일 2차 항쟁 및 이어지는 4·19혁명 포함)로 김주열 열사 등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200여명 부상, 1000여명의 연행자가 발생했다. 수많은 시민이 흘린 목숨과 피는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결국 이승만 정권을 1960년 4월 26일 하야시켰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즉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준엄함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둘째, 3·15의거일은 2010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정부행사로 기념하는 중요한 날이다. 불의에 항거한 3·15의거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자유·민주·정의의 3·15의거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국민화합을 통한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이다.

    셋째, 진주대첩(제1차 진주성전투)의 승전일인 양력 1592년 11월 13일도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그런데 이 전투는 이듬해인 1593년 7월 20~27일(음력 6월 22~29일)까지 8일 동안 왜군 약 11만 명을 상대로 싸운 2차 진주성전투와 연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의녀 논개가 남강에 투신한 전투이다. 남해안까지 물러난 후 진주성을 총공격한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결사항전하다 약 6만 명의 민관군이 모두 처참하게 전사했다.

    이렇듯 2차에 걸친 진주성전투는 엄청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진주성전투를 말하면 쓰라린 희생을 치른 2차 전투까지 오버랩되어 불편한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패전한 전투는 제외하고 승전한 전투만 부각시키는 것보다 이 둘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말이 있다. 임진왜란·정유재란의 그 수많은 전투 중 중요하지 않은 게 어디 있겠는가. 임진왜란이든, 병자호란이든, 6·25전쟁이든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온 국민이 흘린 피의 대가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자유민주국가가 들어선 초기에 국민의 힘과 중요성을 알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3·15의거는 자발적인 희생을 통해 나라의 나갈 방향을 정한 계기가 된 날이다. 희생을 통해 미래의 주춧돌을 놓은 이날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영원히 빛나는 이정표이지 않겠는가. 이런 의미를 함축한 3·15의거일을 ‘도민의 날’로 정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고,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경남인의 기질을 표상하고 있어 ‘도민의 날’ 제정 취지와도 부합한다고 본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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