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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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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수돗물 투자’가 가져오는 지역발전 파급력- 김문기(한국수자원공사 부산울산경남 지역협력단장)

  • 기사입력 : 2023-03-19 19: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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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11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통해 1조 달러, 약 12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을 발효시켰다. 인프라 투자가 일견 식상한 소리라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해당 정책은 미국 정치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인프라 재건을 지렛대로 미국에서 생산된 자재, 물품, 장비를 사용하도록 해서 일자리 창출과 전방위 산업, 시장을 육성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수도시설이 도입된 지 어언 100년이 지났다. 수돗물 보급률은 98.9%에 달하고 요금 또한 저렴하다. 우리나라 1톤(㎥)당 평균 수도 요금은 720원으로, 영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4.1배, 미국은 3배, 일본은 1.6배 비싸다. 국내 다른 공공물가와 비교해도 1인당 월평균 수도요금은 4323원인데 반해 전기는 1만4260원, 도시가스는 9845원, 통신은 5만~8만원 선이다. 수돗물을 모든 국민들이 부담 없이 사용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나 평가마저 박해진 것은 가슴 아프다. 수돗물은 고품질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에 대해 돈을 지불하기를 꺼린다. 수돗물요금 현실화율은 73%에 불과해 쓰면 쓸수록 적자인 구조다.

    수돗물에 대한 투자나 기술개발도 미흡하다. 2020년 국내 물 기업은 1만 7000여개이나 10인 미만 영세 사업자가 59%로 절반을 넘는다. R&D에 투자하는 기업은 15%,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가 증가한 사업체도 39%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돗물에 대한 투자는 항상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수도관 누수로 약 6800억원의 비용손실이 발생하고, 경남지역에서 연간 900억원 이상의 수돗물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30년 이상 된 노후관 비율도 31%로 교체나 관리가 필요하나 재원도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데 수돗물 투자는 주민의 물 복지를 향상시키고 누수를 막는 것 이상의 효용을 가져온다.

    경남의 대표적인 중소 산업도시를 꼽으라면 거제와 사천이 떠오른다. 그런데 거제와 사천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선 배경에는 고품질의 풍부한 수돗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또한 보물섬 남해나 동양의 베네치아 통영 등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에 만약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불쾌한 기억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이처럼 수돗물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비단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복지와 연관될 뿐만 아니라, 산업발전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이미지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7년부터 남해, 거창, 함안 등 도내 9개 지방자치단체와 누수를 저감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초기 절반 이상 누수되었으나 누수율을 15% 미만까지 개선했다. 현대화사업의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비를 유치하고 지역의 민간 수도업체와 혁신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 고용창출과 물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잘 만들어 놓은 수돗물 인프라와 선진 운영기법들이 유지되도록 유관 지자체와 협업을 계속하여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투자는 나의 생활에 풍족함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우리 지역을 위해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물이 귀해지는 요즘, 수돗물에 대한 더 큰 관심으로 살기 좋은 경남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문기(한국수자원공사 부산울산경남 지역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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