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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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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암과 구별 어려운 자가면역성 췌장염

김명환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3-20 08: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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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명 환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면역 이상에 의해, 자기 몸의 면역 세포가 자기 췌장을 공격하여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 질환이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만성 췌장염이다. 특이한 점은 알코올 등이 원인이 된 만성 췌장염은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 것에 비해, 이 질환은 스테로이드를 복용함으로써 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자가면역성 췌장염이 담도암이나 췌장암과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함으로써 회복될 수 있는 병(자가면역성 췌장염)을 담도암이나 췌장암으로 오인하여 큰 수술을 받는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황달이나 소화불량, 체중감소, 당뇨병의 출현이나 악화 등의 증상은 악성종양이나 자가면역성 췌장염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요약하면 혈액이나 영상 검사 소견 어느 하나만으로 암이냐 자가면역성 췌장염이냐를 특정지을 수 없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의 특징적인 CT 소견으로는 췌장이 통통하게 부어서 마치 소시지 모양으로 커지게 된다. 췌장 내 종양이 보이는 경우 악성 암에서는 종양의 상류쪽 췌관이 많이 늘어나는 데 비해서,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의 췌관은 늘어나는 대신에 찌글찌글하게 좁고 가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의 경우 염증 세포와 주변 섬유화가 뭉쳐서 종양같이 보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음파 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직검사 결과가 필요해서, 조직검사로 획득한 췌장 조직 내에 암세포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세포가 보이는 경우 외과적 수술을 진행한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의 진단은 우선 이 질환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악성종양 모두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임상 경험이 요구된다. 자가면역성 췌장염 확진을 위해서는 내시경 조직검사를 통해 암세포가 보이는지 먼저 확인한 후 암세포가 안 보이면 자가면역성 췌장염에 대한 추가적 검사가 진행된다.

    그 결과 자가면역성 췌장염이 의심되면 2~3주간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후 CT나 MRI 추적검사를 통해 해당 병변 부위가 호전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를 담도암이나 췌장암으로 오인하여 큰 수술을 시행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거꾸로 담도암이나 췌장암을 자가면역성 췌장염으로 오인하여 수술의 적당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실제 임상에서는 이 두 가지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서 의료진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최근에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단순히 췌장질환이 아닌 전신질환(면역글로부린 IgG4연관)으로 생각하며, 실제 췌장 이외에 담관, 침샘, 콩팥, 폐, 임파선 등을 침범한다. 한 환자에서 여러 기관의 염증이 관찰될 수 있으며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가 침샘이 커지거나 콩팥에 혹이 보이거나 폐결절이 같이 관찰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췌장암 환자의 경우 침샘이나 콩팥에 암전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이러한 췌장외 병변(침샘, 콩팥)의 존재는 췌장암과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감별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담도(담관)나 췌장 질환에서 암이냐 염증이냐의 감별 진단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영상검사, 혈액검사,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 등이 종합적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질환에 모두 해박한 지식이 있고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명환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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