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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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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품앗이 행정’은 불가능한가-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3-21 19: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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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께서 딛고 사는 땅은 어떤 곳입니까? 살 만한 곳입니까? 행복합니까? 대한민국(국적), 부모·형제(출생)야 선택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만, 내가 살 장소와 직장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 궁금해서 묻습니다.

    사천, 남해, 하동을 다니면서 지자체의 특성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1991년 광역·기초의원에 이어 1995년 시장·군수·구청장을 주민투표로 뽑음으로써 자치제 시행이 어언 30년입니다. 강산이 바뀌고 사람이 달라지는 동안 우리 삶은 나아졌습니까? 나아진다는 것은 기계문명의 발달 속도에 비례하여 아파트, 자동차, 휴대폰 등 각종 기기와 편의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자연중심의 행정 철학이 담긴, 그래서 고령화·도시화·AI 등으로 압축되는 변화에 시민이 더 당당하게 대응하고 준비하도록 시장·군수가 능동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1970~1980년대로 시계를 조금만 돌리면, 출생이나 사망 등 관혼상제나 교육 등 감당하기 힘든 일은 동네가 품앗이하듯 함께 해결했습니다. ‘품앗이 같은’ 지자체가 경남, 대한민국에 있습니까?

    싹을 틔우는 지자체가 있다는 것도 다행입니다. 예를 들면 모든 군민이 보험에 가입돼 재난으로부터 최소한의 보장을 받고, 출생부터 초·중·고 교육까지 입학금 등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받습니다. 이동 수단인 버스·택시에 대해 최소한 또는 무료에 가까운 금액으로 서비스를 받는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는 지자체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거나, 돈이 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과거처럼 돈독한 사회적 관계가 형성돼 있어 이웃에 대한 믿음으로 견딜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래서 나이듦이 징벌이 아닌 사회가 모두 바라거나 꿈꾸는 ‘준비된 고령화사회’가 아닐까요. 도시화로 농촌 소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함께할 친구가 곁에 있고, 비록 떨어져 있지만 언제든 달려올 사람이 있는 그런 시스템이 갖춰진 사회, 그것이 ‘소멸을 이길 수 있는 사회’라고 믿습니다. ‘작지만 큰’ 변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결단이 요구됩니다. 천편일률 정책이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행정서비스와 예산을 집행하고 반대 여론은 논리와 명분, 설득으로 돌파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사천·남해·하동으로 압축해서 예를 들면 시설관리공단, 문화재단, 복지재단 등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시너지효과가 가장 큰 지자체가 해당 시설을 책임지되, 그 외 지자체는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하도록 운영하면 어떨까요?

    3개 지역 시민의 시설 공동 이용 및 요금 할인 혜택뿐만 아니라 장충남 남해군수가 박동식 사천시장을 전격 방문하여 문화·관광상품 공동 개발 및 인프라 공유를 제안했듯이 3개 시·군이 정책 및 인센티브를 공유한다면 지금부터 더 풍족한 미래가 현실의 삶으로 펼쳐질 것입니다.

    완전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논의 과정에 한 가지를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애국주의는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것이지, 정부나 정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선출된 권력인 시장·군수가 받는 급여는 국민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지시를 받는 공무원이 낸 세금입니다. 주인인 공무원을 포용하십시오. 찌푸린 하늘을 보는 것이 반갑지 않듯, 시민이 그런 공무원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우울하니까요.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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