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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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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지 않는 꽃들- 이승석(범숙학교장)

  • 기사입력 : 2023-03-28 19: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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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냄새 가득한 비가 지나간 자리엔 뽀얗게 만발한 꽃잎들이 더욱 힘차게 고개를 내밀며 어김없이 다가온 봄을 알린다. 시간은 다가오고 흘러가지만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코비드 시대 속에서 누리고 있던 익숙한 것들에 대한 절실하고도 고민 가득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범숙학교의 특화프로그램인 뮤지컬 또한 마찬가지였다.

    1999년 ‘철부지들’을 시작으로 2023년 ‘마미’까지 총 24년간 24회의 공연을 올리고 있는 범숙학교의 뮤지컬 프로그램은 꿈이 있어도 꿈을 꿀 수 없었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 되어, 마침내 자신의 삶에 대한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자부심을 길러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두세 달까지 뮤지컬을 준비하곤 했지만, 작년과 올해는 공연을 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결론 앞에서 무력하게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서라도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지 여러 질문에 질문을 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범수기들은 포기하지 않고 연습실을 매일 같이 땀과 눈물로 가득 채웠다. 그런 아이들의 정성과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범수기들은 결국 많은 관객들 앞에 당당히 서서 자신을 노래했고, 춤추며 나를 그렸다. 범수기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관객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비가 되어 그들의 마음에 뽀얀 꽃송이를 피웠다. 그것은 분명,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범수기들만의 힘이다.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시간들에 대한 절실함과 고민은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진행해 온 뮤지컬 프로그램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실감하게 해 줬다. 뮤지컬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것은 단 하나, 우리 범수기들을 위함이다. 그러한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다. 범 수기들이 코비드라는 무력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 무대 위의 아름다운 보석이 되었듯, 예고도 없이 덮쳐올 또 다른 삶의 가뭄 속에서도 지지 않는 꽃이 되어 어김없이 피어나기를 온 마음 다해 함께 응원한다.

    이승석(범숙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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