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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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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동물원-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3-03-28 19: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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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유일한 그랜트 얼룩말, 세로가 탈출했다. 1.3m 나무테크를 앞발로 부수고 밖으로 나온 세로는 인근 주택가를 다니다 3시간여 만에 마취총을 맞고 동물원으로 잡혀 왔다. 2019년 동물원에서 태어난 세로는 부모와 함께 지내다 최근 2년간 엄마와 아빠를 잃고 홀로 남겨지면서 예민한 행동을 보였다. 세로의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SNS에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동물원 안전관리 문제와 동물권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건 1909년이다. 조선에 트로피성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제안으로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조성해 창경원을 만든 것이다. 1910년 일본에서 사자가, 1912년 독일에서 코끼리가 들어오면서 창경원은 나들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60년대부터 곳곳에 공영동물원이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 전국 110개의 동물원이 운영 중이다.

    ▼유년 시절 추억의 공간인 동물원이 동물복지 논란의 중심지가 된 것은 2000년 이후다.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기형으로 태어난 후 지방 동물원으로 팔려 가 병든 채 방치된 호랑이 ‘크레인’ 사건, 2018년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4시간 만에 엽총에 사살된 퓨마 ‘뽀롱이’ 사건으로 동물원 폐지가 공론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동물원의 동물 대다수가 동물원에서 태어나 적응한 상태인 데다, 종 보존과 교육 등 역할론이 맞서면서 결론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동화 ‘긴긴밤’ 속 동물원의 코뿔소 ‘앙가부’는 야생에서 온 또 다른 코뿔소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말한다. “우와, 나는 한 번도 내가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여기서는…알잖아. 그런데 바람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거지? 궁금하긴 하다. 가로막힌 것이 없는 데서 바람보다 빨리 달리는 기분이라….” SNS 속 세로의 소식을 접하면서 앙가부의 대사가 자꾸 맴돈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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