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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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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정원, 하늘길을 걷다(파키스탄 히말라야 K2 트레킹)

고단한 삶, 히말라야에서 길을 찾다
깨달음 얻고자 훌쩍 떠난 중년의 저자가 들려주는
40일간 트레킹 여행기

  • 기사입력 : 2014-06-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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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에 관한 것으로 ‘머메리즘(mummerism)’이란 단어가 있다. 이 말은 1880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등산가 앨버트 프레드릭 머메리가 제창한 것으로, 등로주의(登路主義)라고도 한다. 당시만 해도 전통적인 등산방식은 가장 쉬운 코스를 통해서라도 정상만 오르면 된다는 등정주의(登頂主義)였으나, 머메리즘은 이를 거부하고 절벽에 루트를 개척하며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것에 등산의 참뜻이 있다고 여기는 등반사조다.

    #.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민중 편에 섰던 의사 출신의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말이다. 또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칼라일은 “목표(방향)가 확실한 사람은 아무리 거친 길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목표(방향)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방향은 어떻게 잡을까? 현인들은 방향을 잘 잡으려면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것보다 내면에서 나온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곳을 향해 꾸준히 가다 보면 내가 희망했던 것을 반드시 만난다고 말한다.

    쉰 중반의 한 가장이 일상을 미뤄두고 히말라야를 찾았다. 그는 결코 남보다 게으르거나 승부욕 없이 살지 않았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지나온 세월에 후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결코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헤메지는 않았다고 회고한다. 그렇지만 그는 히말라야를 찾아 ‘길’을 걸었다. 그는 고단한 길 위에서 자신의 길을 묻고 또 물었다.

    마산 출신의 저자는 경남대 국문과를 졸업한 후 1985년 경남신문에 입사했다, 1988년 언론사 창간붐이 일 때 세계일보로 옮겨 10여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퇴직 후 논술전문학원을 하면서 그제야 자신이 좋아하던 등산과 사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 2006년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온 후 그만 히말라야에 푹 빠져버렸다. 오랜 ‘히말라야 앓이’ 끝에 지난해 6월, 40일간의 짧지 않은 ‘파키스탄 K2 트레킹’을 결심하고 또 실행했다.

    “왜 이곳으로 왔는가? 무엇을 찾으려고 왔는가? 그러나 그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중략) 깨달음은 먼 곳에 있을지라도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인간이기에 짊어진 짐을 숙명처럼 지고 삶이 다할 때까지 가는 것이다. 그 길에서 넘어지고 생채기가 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가야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고백한다. 그는 또 “대자연을 찾아 떠나는 트레킹이라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대자연을 느낀다. 대자연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고통도 즐겨야 하는 게 트레킹이다. 이런 여행을 통해 내 자신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고 감회를 덧붙인다.

    ‘여행은 인간의 방황과 고독을 이해하기 위한 경건한 의식’이라는 말이 있다. ‘목표 잃은 속도’를 멈추고 방향을 찾으러 길을 떠나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이 책을 권한다. 

    유영국 글·사진, 서영 간, 1만4000원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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