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강원 강릉·태백눈이 시린 ‘겨울 수묵화’겨울밤의 추위에도 분주히 움직이는 청량리역. 뭐가 그리 운치가 있는지, 추억들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다수가 찬양하는 ‘낭만 있는 새벽 기차’로 정동진에 간다. 적당히 눈이 내린다면 예쁠 것도 같지만 귀를 베어내는 찬바람을 피해 올라선 기차. 무겁게 가라앉은 히터의 열기와 기분 나쁜 침묵만 감도는 열차 칸. 이 넓은 칸에 혼자 있는 건 나름 좋네. 바쁘게 움직이는 불빛을 가르며 출발하는 기차와 무관하게 낭만은커녕 잠이 쏟아지는 밤이다.
기절. 그냥 기절했다. 불편한 자리와 무겁고 따뜻한 공기에 억지로 잠을 깨는 순간...2019-12-11 20:46:48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시간이 빚은 미완의 예술#두 달간의 공백
두 달간 출장으로 공백기를 가진 후에 여행기를 다시 쓰려고 하니 조금은 멍한 생각이 든다. 여행기뿐만 아니라 지난 두 달 동안 온전히 출장에 몰입했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두 달 동안 삶 속에 잠깐의 여행이 아닌 삶이 마치 내 인생에서 잠시 바뀐 듯한 경험을 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씩 내 삶으로 돌아가면서 내 삶에서 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여행기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2019-12-04 21:24:55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인도네시아 발리세상 삼킬 듯, 온몸 불태우며 바다로 사라진다
여행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다. 여행 준비 과정은 복잡하고 때로는 성가시지만, 여정은 많은 변수로 예측불허지만 여행의 시작은 멋진 사진 한 장과 거기에 혹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올해 떠난 여행도 역시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인스타 피드 속 푸름이 빼곡하게 들어찬 정글과 인공적인 건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라탄으로 꾸며진 공간, 거기에 시선을 떼지 못한 나. 그렇게 발리 여행이 시작됐다.
...2019-11-20 21:07:02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 (8)시각·구름 따라 하루 7번 바뀌는 ‘울루루’
아침 일찍 일어나 인포메이션으로 갔다. 내가 혼자 여행하며 느낀 것은 그 도시를 잘 모르고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으면 인포메이션에 가서 물어보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도 못하고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당연히 인포메이션에 물어볼 생각을 안했는데, 인터넷도 안되고 한국인도 안보이는 곳에 가게 되니 당연히 내가 찾을...2019-10-30 20:41:38
[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충남 부여마지막 백제 품다온종일 걷기를 반복하는 일정. 도보가 불가능한 거리를 오갈 때 타는 버스를 타는 시간이 잠깐의 휴식. 공주를 걷던 발길을 돌려서 부여로 향하는 길.
반듯하게 난 길을 따라 도착한 부여. 종합관광안내소에는 짐 보관함이 있다. 무거운 배낭을 맡기고 그나마 덜 무거운 몸을 움직인다.
다시 버스를 타고 백제문화단지로 간다. 시내의 로터리, 정림사지, 궁남지를 돌아 계백장군 동상을 지나자 금강이 나오며 평야가 시야에 들어온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와 옆의 논, 밭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데, 날씨, 하늘, 강의 존재로 완전히 ...2019-10-16 21:16:19
[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동해청록빛 바다, 조용한 해변, 솔밭 산책로. 구석구석 아름다운 동해안‘NONO JAPAN’ 운동 확산으로 국내여행이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 동안 국내 테마파크 방문객이 작년 대비 640% 올랐고, 호텔예약은 43%, 기차여행은 39% 증가했다는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조사결과를 보았다. 바야흐로 국내여행이 트렌드인 시대가 왔다. 동시에,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을 맞아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참 많은 동해안 명소 몇 군데를 소개할까 한다.
△7번국도= 7번 국도는 동해안을 종주하는 도로다. 부산에서 시작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강원도를 거쳐 휴전선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대부분 동해바...2019-09-25 20:20:42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7)노을이 진다, 가슴이 뛴다
하루에 3~4시간씩은 기본으로 이동했지만, 오늘은 최장시간 6시간 30분을 이동했다. 처음에는 장시간 이동해도 새로운 자연경관이라 보면서도 늘 놀라웠는데 이제 익숙해져서인지 놀랍지도 않았다. 그래도 대자연은 대자연이라 볼 때마다 눈 호강을 하긴 했다.
비너스베이에 해가 지는 모습, 한국의 주황빛 노을과는 다르게 새빨간 노을이 인상적이다.
...2019-09-18 20:51:16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홍콩추억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
홍콩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을까. 경남신문에 글을 게재한 지도 오래되었다. 그 안에 홍콩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없었다.(적어도 내가 쓴 글들의 제목과 장소를 훑어본 결과 홍콩에 대한 글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적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홍콩여행은 운이 좋았다.
마침 아주 친한 동생이 홍콩에서 모델 활...2019-09-04 20:30:12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스페인 세비야첨탑에 걸린 100년의 역사2017년 8월을 시작으로 여행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달 한 번씩 여행한 곳에 대하여 여행기를 쓰는 일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지속하는 이유는 내 여행의 기억이 여행기를 한 편 마무리하고 나면 더욱 선명해지고 오랫동안 내 속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찾아보며 다시 한 번 역사와 도시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다는 부분도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행에서 느낀 그리고 ...2019-08-21 20:18:06
[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충남 공주낯선 풍경 따라 백제 숨결 따라
대부분의 시작은 버스에서부터다. 처음 온 도시의 낯선 거리를 달리는 버스. 창 너머로 다가온 전경은 그 도시의 이미지로 남는다. 하늘을 가린 건축물이 없는 길. 청명한 하늘과 그 너머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날씨 좋네. 여기는 충남 공주다.
국사 교과서에서만 봤던 송산리고분군과 무령왕릉, 공산성과 웅진. 백제 웅진 시대의 흔적이 남은 도시. 바삐 달린 버스가 접어든 회전교차로, 우측으로 공산성이, 정면 길 끝엔 금강이 보인다.
...2019-08-07 20:20:12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중국 상하이자연 품은 낮, 역사 깃든 밤2019년. 올해만큼 한국 근대사에 대한 재해석의 논의가 뜨겁게 전개된 적이 있었던가? 우리 현대사의 출발은 자연스럽게 상하이 임시정부의 출범을 기점으로 정하게 된다. 그 시기 중국의 입장에서도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 됐던 상하이이기에 과거와 현재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인구 2400만의 이 거대도시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2019-07-31 21:41:38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다름, 여행의 또다른 이름‘언니는 왜 여기(영국)까지 와서 한국남자랑 연애해요?’ 아직까지도 그때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그녀의 옆에서 서있던 내가 그 이야기를 듣든 말든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확신에 차 있던 그 단어 하나하나가 귓가에 맴돈다.
그 말을 나와 내 연인에게 했던 여자아이는 20대 초반에 막 대학교를 입학하고 어학연수를 떠나왔던 똑똑한 친구였다.
어느날 그녀의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그 친구에 대한 화는 동정과 연민으로 바뀌었다. 데리고 나온 남자는 영국인도 아니었으며 영어권 출신의 남자도 아니었다. 화를 참았던 내 스스...2019-07-24 21:33:02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6)별 하나에 추억, 사랑퍼스에서 마지막 만찬은 유명한 이탈리안 음식점이었다. 피자가 만두처럼 엄청 독특했다. 다 먹고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깔조네라는 피자로, 피자 도우 속에 여러 가지 토핑과 치즈가 들어있었다.
사실 피자보다 티라미슈가 끝장나게(!) 맛있었다. 25년 인생 중에 제일 맛있는 티라미슈였다. 커피 맛이랑 녹차 맛이 있는데 그냥 고민하지 말고 두 개 다 시켜먹어야 한다. 내 미뢰들이 천국을 맛봤다. 아직 그곳의 티라미슈만큼 맛있는 티라미슈는 먹어본 적이 없다.
...2019-07-17 20:27:04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포르투갈 리스본'대항해시대 역사'로의 항해◆리스본으로 향하며= 리스본에 대해 생각해보면 상징적인 노란색 트램과 함께 아름다운 도시의 느낌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만큼 다른 유럽의 도시와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항해시대(발견의 시대)의 포르투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역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당시 유럽의 중심지인 지중해와도 거리가 있었던 변방 국가의 갑작스런 도약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새로운 도전이었던 당시로는 획기...2019-07-10 20:17:56
[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전남 목포근대,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이다동네 산책 나오듯 나선 거리. 가방 하나에 온갖 잡동사니를 가득 넣고 발걸음을 옮긴다. 인도 옆 가게의 열린 문에서 나온 서늘한 바람이 반가운, 태양이 대지를 달구는 여름날이다. 어색한 숙소를 나서 첨 보는 풍경을 지나선 버스정류장. 시내로 나서는 대학생 몇과 요란한 손풍기 소리.
낯선 버스를 타고 스치는 산과 들이 멀어지다 내린 목포역. 고만고만한 상가들과 도로. 그 위를 바삐 뛰어가는 차와 사람. 여느 도심과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을 스쳐 골목으로 들어간다. 목포역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주변은 구도심이다. 일본...2019-07-03 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