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안에 있다- 김소원
- 기사입력 : 2015-01-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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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신문, 넘치는 광고지까지
속없는 듯이 잘도 받아들이던 문
이제 완강하다
초인종과 휴대전화 길게길게
안에서 운다
열쇠 집 사내마저 고개 저은
내가 열 수 없는 나의 집
문 하나 너머 서랍 속에
여러 개의 열쇠가 들어 있다
문 앞 계단에 쭈그리고 앉는다
발목을 적시다
얼굴까지 찰랑대는 어둠
잠긴 문 앞에서
많은 내 안의 열쇠가
겹겹
나를 잠그는 소리를 듣는다
☞ 열쇠를 안에 두고 낭패를 당한 경험을 통해 시인이 깨닫는 삶의 진실을 주목해 볼까요? ‘내가 열 수 없는 나의 집/ 문 하나 너머 서랍 속에/ 여러 개의 열쇠가 들어 있다’…. 결국, 나를 방해하는 것도 ‘나’이며 그 방해를 걷어내는 것도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말이겠지요. 내가 가장 큰 적이요, 마지막 지원군이란 통찰 아니겠습니까? 살아가면서 잠겨있는 문 앞에서 절실히 열쇠가 필요할 때, 이제부터는 내 안의 절거럭거리는 열쇠꾸러미를 잘 더듬어 봐야겠습니다. 조예린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