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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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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식의 시대(요리는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식탁 위 역사를 알면 요리가 더 맛있다
페르시아의 흥망 성쇠와 민주주의 사회로 이행 등
음식으로 인류문명 조명

  • 기사입력 : 2015-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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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때로 자신의 천성을 굽히고 벼슬길에 오를 때 그들이 바란 것은 결국 쌀에 불과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한 일은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무엇을 먹었고, 언제부터 요리를 했을까. 또 일상에서 무심코 먹는 음식들 중에 역사적이거나 종교적인 관습이 내재돼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왜 어떤 나라에서는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또 다른 나라에서는 금기시될까. 음식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지만 일일이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많은 학자들이 지금도 금기시되는 음식문화가 자리 잡은 이유를 찾고 있다.

    “너는 염소 새끼를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마라” - 구약성서. 유대인들은 우유 제품과 고기를 함께 먹지 않는 전통이 있다. 심지어 포크도 같이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다. 인도에서는 쇠고기를 먹지 않고 불자들은 육식을 하지 않으며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러한 음식에 대한 종교적 전통은 그 땅의 기후와 생활 문화에서 기인하는 바도 많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이슬람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돼지를 사육하기 위해 곡식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고, 인도에서 소고기를 못 먹게 하는 것은 농경 생활에서 소는 중요한 노동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마존에 살고 있는 어떤 부족들은 지금도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고 있다. 요리의 개념이 없다는 뜻이다. 열매, 독거미, 박쥐알, 메뚜기 등 사실 먹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음식이다.

    전쟁사에서도 군량은 병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삼국지를 보면 수시로 보급로를 차단하는 대목과 군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들이 나온다. 군사들이 먹지 못하는 것은 곧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류 생활과 뗄 수 없는 음식. 이 책은 바로 인류의 식문화를 조망하고 있다.

    BC 1000년께에 이르면, 곡물이 식재료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중량 대비 영양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곡물은 당시에 형성되기 시작한 도시, 국가, 군대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다. 저장이 용이한 곡물은 부의 축적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권력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류가 곡물을 주요 식재료로 삼지 않았다면 페르시아나 로마 같은 제국의 탄생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요리와 음식은 인류의 문명사에 막강한 영향을 끼쳤다. 인류는 더 나은 음식을 먹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어냈다.

    이는 제국의 탄생, 권력의 이동, 종교의 확산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음식의 탐구가 곧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따라서 “식문화는 지난 5000년간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라는 대담한 질문은 곧 인류 문명의 발전사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저자는 탁월한 관찰력과 폭넓은 정보 수집, ‘요리와 음식’이라는 색다른 렌즈를 통해 문제의 답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페르시아·로마·영국 등 한 시대를 호령했던 제국의 흥망성쇠,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 등 주요 종교의 탄생과 확산, 고대의 노예제 사회나 중세의 봉건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을 주요 골자로 한 민주주의 사회로의 이행까지, 인류의 모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레이철 로던 저, 조윤정 역, 다른세상 간, 2만4000원

    김용대 기자 jij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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