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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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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역경(易經)- 강영은

  • 기사입력 : 2015-06-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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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들다리 아래 흰뺨검둥오리 한 가족이 나들이 나왔다

    엄마 오리, 구름 한 조각 내려앉은 상류로 상류로 헤엄쳐 간다

    엄마는 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걸까,

    갸우뚱거리는 아기 오리들

    엄마가 내려 보내는 물결을 부지런히 베껴 쓴다

    세상은 아래로만 흐르는 게 아니란다,

    때로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거란다,

    한강으로 바다로 다시 하늘로 펼쳐지는 물소리 경전

    물갈퀴로 받아 적는 흰뺨검둥오리 한 줄

    ☞ 휩쓸려 다니는 생이 있고 거슬러 오르는 생이 있습니다. 휩쓸리는 일에는 힘이 들지 않으나 거슬러 오르는 일에는 고통이 따르겠지요. 그 고됨 속에서 그런데 근육이 붙습니다. 근육은 살을 올되게 할 뿐더러 뼈를 굳세게 만든다고 합니다. 육체의 근육이 이러할진대 하마 정신의 근육, 영혼의 근육이겠습니까?!

    세상은 이미 거슬러 오르는 정신에 관심을 두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어머니들은 고통스러운 역류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이 되어 있고요. 새끼들을 거느린 어미 흰뺨검둥오리의 역류를 포착한 것은 그래서 시인의 눈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발견입니다. 자신이 놓여 있는 위치와 방향을 가르쳐주고 그 운명을 개척할 수 있게 돕는 경전이 ‘역경’이라는 점에서 시인은 이 한 줄의 역경을 간절한 마음으로 혼자 베껴 쓰고 있네요.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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