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우니카에게 - 이용악
- 기사입력 : 2016-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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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선 월계랑 붉게두 피나보다
내사 아무렇게 불러도 즐거운 이름
어디서 멎는 것일까
달리는 뿔사슴과 말발굽 소리와
밤중에 부불을 치어든 새의 무리와
슬라브의 딸아 벨로우니카
우리 잠깐 자랑과 부끄러움을 잊어버리고
달빛 따라 가벼운 구름처럼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가리
고향선 월계랑 붉게두 피나보다
내사 아무렇게 불러두 즐거운 이름
☞ 일제강점기 시절. 터전을 잃고 간도 등에서 거칠고 낯선 길을 유랑하는 사람들에게 불 켜진 주막은 몇 평의 따뜻한 볕이었을 것이다. 민족이 유랑하니 시인도 유랑할 수밖에. ‘전라도 가시내’, ‘제비 같은 소녀야’ 등 이용악의 걸작들은 유랑 중의 주막에서 태어났다. 눈보라 험한 그 시절, 주막의 슬픈 온기 속에서, 술잔 속에서 시인의 마음은 달빛 따라 가벼운 구름처럼 일곱 개의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가곤 했으리라. 주막에서 쓴 그의 시가 바로 주막인 셈이다. 이중도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