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한번 입으면 벗지 못하는 옷
걸친 옷이 전부인 맨발 같은 마을
맨발의 짐꾼
버리지 못하는 신발
어느덧 서글픈 신발이 되었다
가득 담아
언제 갈 수 있을까
☞누구나 여행을 좋아할 것이란 전제하에, 여건이 허락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여행지를 골라 떠날 수 있음은 또 얼마나 축복이랴.
각자가 선택한 여행지로 거대한 산군을 보는 것도 감동일 것이고, 빛나는 문화와 역사가 배어 있는 유적지를 보러 가는 것도 삶의 여유를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보아야 한다. 즉 그곳 사람들의 결을 느끼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시인은 처음에 거대한 에베레스트 산군을 보러 가기로 결정하고는 분명 들떴을 거다. 그러나 막상 맨발 같은 마을에서 맨발의 사람들을 만난다. 태생적으로 에베레스트 산군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서 시인은 서글픔과 운명적인 현실을 직시한다.
시라는 게, 여행이라는 게 결국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번 가기는 어렵지만 다시 찾고 싶어진다는 네팔을(에베레스트, 히말라야), 시인은 또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무척 가고 싶어 함이 역력하게 읽힌다. 그때 시인은 그들의 신발이 되어 줄 그 무엇을 배낭 가득, 두 손 가득 챙겨 가지고 갈 게 분명하다.
간결한 시편인데도 애잔하다. 게다가 생생함이 담겨 있다.
정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