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늙은 소나무 아래서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판다
벚꽃잎이 날아와 앉고
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처녀들
벌겋게 단 볼을 식히고 있다
벚꽃 무더기를 비집으며
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뜨고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이 딸이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파는
삶의 마지막 고살
북한산 어귀
온 산에 풋내 가득한 봄날
처녀들 웃음소리 가득한 봄날
☞ 허리가 반으로 접힌 아흔의 할머니가 종이박스 몇 개 담긴 유모차에 기대어 봄꽃 흐드러진 골목을 기웃기웃 가고 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집에 가만히 있으면 다리가 더 아파서 이런다고, 돈이 궁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늙을 줄 모르는 생의 애살을 구시렁구시렁 지청구하며 가고 있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데, 일흔이든 아흔이든 폐지를 줍든 빈대떡을 굽든 소주를 팔든, 누가 저 도무지 늙지 않는 생의 애살에 대해 군말을 보탤 것인가! 하물며 ‘온 산에 풋내 가득한 봄날’을 두고 ‘처녀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봄날’을 두고 한 줌 흙밥이 되어 사라지고 싶겠는가! 그러므로 봄날 모든 죽음은 요절이 된다. 조은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