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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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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44) 어부 아빠·엄마와 사는 상민이네

아빠·엄마 고기잡이로 일곱식구 생계 이어가
아픈 아빠 대신 엄마 혼자 일하기도
겨우 구한 집 고치는데 보증금 다 써

  • 기사입력 : 2018-05-0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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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민이(가명·10)네 아빠는 경기도에서 오랫동안 용접 일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건장하던 아빠가 허리를 크게 다치면서 상민이네 가족은 생계를 잇는 일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엄마도 아빠도 적당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아 정부보조금에 의지하기 시작했지만 일곱 식구가 먹고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상민이네가 택한 최후의 보루는 ‘귀어(歸漁)’였다. 아빠 고향인 남해안의 한 바닷가로 들어오면서 상민이와 누나, 형, 동생들은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에 정을 붙여야 했다. 그게 2015년의 일이었다.

    물고기를 잡는 일을 해본 적 없는 상민이네 아빠와 엄마에게도 바다는 낯선 존재였다. 귀촌대출을 받아 작은 배를 구입했다. 계절 따라 다른 생선을 조금씩 잡아 공판장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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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통합사례 관리사들이 상민이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을 두고 먼 바다로 나갈 수 없어 배 타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도다리, 메기, 갑오징어가 값이 좀 나가는 어종이에요. 하지만 수시로 먼 바다로 나갈 수가 없고, 허리가 안 좋은 상민이 아빠 혼자 일을 나가는 것도 힘들어서 한 달 소득이 100만원 남짓한 상황이에요. 제가 나가서 망 꿰매는 일을 돕고 일당을 받아서 보태기도 하는데, 살기 팍팍한 건 여전해요.” 상민이네 엄마는 울먹인다.

    가족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주거 안정이다. 경기도에서 이곳으로 이사 올 당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인 주택을 겨우 구했다.

    하지만 결로와 누수 문제로 아이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고,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지역기업의 후원을 받아 개보수 받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하지만 1년 뒤 임대인이 주택을 매매하면서 다섯 식구가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에 놓였다.

    “앞이 캄캄했죠. 3월까지 집을 비워야는데 배가 정박해 있는 바닷가 근처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고…. 컨테이너라도 구해서 어떻게든 살고 싶었어요.” 그러다 겨우 구한 집에는 싱크대도 양변기도 없었다. 주방 천장은 벼락을 맞은 듯 내려앉아 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돌려받은 보증금 500만원으로 개보수를 했다. 양변기를 들이고 싱크대도 설치했다. 천장은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했다. “배 사는데 쓴 대출금 이자는 꼬박꼬박 나가지, 아이들은 점점 자라지, 어부로 자리 잡는데 10년은 걸릴 거라고 보는데, 그 세월을 어떻게 버틸지….” 상민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엄마의 손등은 벌겋게 부풀어 있다. 바닷물이 마를 새 없는 손은 이미 짓무를 대로 짓물러 딱딱하게 거북 껍질처럼 굳기 시작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통합사례 관리사는 “매일 스쿨버스로 먼 학교까지 등하교를 하면서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과 자립 의지가 강한 부부의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면 훨씬 안정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4월 11일자 18면 ‘장애 동생들과 사는 형진이’ 후원액 520만원 (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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