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 기사입력 : 2022-01-27 08: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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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 새해에는 따뜻한 소망 하나 품어보는 일이 어떻겠습니까?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도 괜찮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도 괜찮겠습니다. 새해에는 소망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어쩜 손가락을 다 꼽고도 넘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자락에는 “그대의 별이 되어” 저 밤하늘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도 괜찮겠습니다. 새해에의 소망 중에는 그대의 별이 되어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도 괜찮겠습니다. 마침내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도 괜찮겠습니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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