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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안철수의 뼈아픈 결단, 윤석열의 든든한 정치력- 윤학(변호사)

  • 기사입력 : 2022-03-03 20: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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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들이 그토록 바라던 단일화가 성사됐다. 그러나 단일화의 진정한 성공과 향후 우리 정치 문화의 발전을 위해 단일화 실패의 과정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협상하자고 요구한 것이 단일화 실패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로운 협상은 약자든 강자든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정의롭지 못한 협상은 합의에 이르기 힘들다고 했다. 지지율이 박빙이라 윤석열 후보는 혼자 힘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안 후보와 힘을 합칠 때 승리가 보장되는 이런 경우에는 두 후보가 지지율에 상관없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정의로운 것이었다. 그런데 윤 후보를 단일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안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으니...2002년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내가 모두 완주하면 승리할 확률은 0%였지만 단일화가 되면 100%에 가까웠다. 복잡하게 계산할 일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기는 것보다 정몽준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연립 정부를 세우는 것이 낫다고 보았다. 내가 민주당 후보라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며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았는데도 정몽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노무현이라는 역사적인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안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이 패배했던 방식인 여론조사 경선을 제안했었다. 안 후보로서는 희생적인 제안이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역 선택을 염려하며 직접 답을 하지 않았다. 노무현은 지지율이 더 낮았는데도 경선을 받아들였고, 윤 후보는 지지율이 더 높은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간 야권에서는 안 후보에게 총리니 경기지사니 인수위 참여니 하며 몇 자리 주면 사퇴할 거라고 예상했다. 국민들도 몇 자리 준다는 데도 완주하겠다는 안 후보가 왜 저러나 의아해 했다.

    미모를 중시하는 사람은 예쁘냐 미우냐로, 돈을 중시하는 사람은 부자냐 가난하냐로, 권력을 중시하는 사람은 높냐 낮냐로 사람을 판단한다. 국민의힘은 그들이 중시해 온 ‘자리’를 제시하면 안 후보가 반길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몇 번 만나 대화를 나눠본 안 후보는 자리 자체보다 진짜로 국민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 애태우는 보기 드문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애초부터 ‘국정 비전과 혁신 과제 이행 약속’을 전제로 국민경선을 제안했던 것이 아닐까. 야권 단일화는 대선 승리 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윤 후보가 단일화 없이 자력으로 승리한다 해도 보수의 틀에 갇히면 민주당 의회 독주를 뚫고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단일화해야 중도의 지지도 받아 구태정치를 청산할 정치 개혁도 해낼 수 있고 차례로 다가올 지방선거와 총선도 승리해 진정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정권 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왔다는 윤 후보로서는 단일화야말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솔로몬 왕은 아기를 놓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아기를 둘로 갈라 반씩 주라고 명령했다. 한 여인은 그러자고 했지만, 다른 여인은 곧바로 아기를 저 여자에게 넘겨주라고 애원했다. 아기의 친 엄마는 누구인가! 안 후보도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사퇴 선언을 했다. 우리는 그가 또 철수했다고 조롱해야 할까?

    사실 나는 단일화 바로 전날 안 후보와 오랜 통화를 했다. 그는 정권 교체가 안될까 봐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이용 당하고 억울한 오해도 많이 받았는지 그의 아픔이 느껴졌다. 나는 안 후보가 먼저 윤 후보에게 만나자고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그는 원래 단일화는 지지율 높은 사람이 제의하는 것인데 지지율 낮은 그가 먼저 만나자고 하면 또 오해만 쏟아질 거라며 걱정했다. 그의 겸손함이 맑게 다가왔다. 나는 오해를 받더라도 국민을 위해서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생각해 보겠다며 전화를 끊더니 오늘 국민 모두에게 기쁜 소식을 선물했다. 안 후보의 정권 참여는 통치권 행사에 견제와 균형을 이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인 권력 독주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우리 정치 발전에 큰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안 후보의 뼈아픈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윤 후보의 든든한 정치력에도 축하를 보낸다!

    윤학(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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