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3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치(恥)-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8-17 19:28:24
  •   

  •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거둔 선생님, 노인 폄하 발언을 해명하려다 시부모 봉양을 꺼내 더 큰 화를 자초한 인사, 대낮 흉기를 들고 인명을 살상하는 범죄가 하루가 멀다고 일어납니다. ‘2023년 8월’의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뉴스입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거나 손을 잡아준 따뜻한 소식도 있습니다만, 잠시 예외로 하겠습니다.

    ▼효당갈력(孝當竭力)이라는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소, 돼지도 제 새끼를 거두고 제 부모를 모십니다. 효는 인간의 기본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효나 충은 입에 올리는 순간, 또 다른 화를 초래합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그저 당연히 할 도리이기 때문에 입에 올려 뽐내지 않는 것이 도리입니다.

    ▼‘오늘’에 불안감마저 엄습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원인을 알 수 없고 해법마저 모호한 오늘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출발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출발선인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모든 것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기도 합니다. 각론도 있을 것이며, 해석이나 해법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시간이라는 괴물이 뭉개버린 확대나 축소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화려함은 화장을 추가하여 무용담으로 만들고, 실수는 축소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묘약 말입니다.

    ▼진실을 방해하는 시간을 멈추고,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말합니다. 맹자는 “측은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요, 수오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부끄러움, 치(恥)는 4단 중 수오지심의 기본이며 사람이 사람다운 도리를 할 수 있는 주춧돌과 같습니다. 귀가 붉어지고 낯을 들 수 없는 형국, 그것을 아는 것. 그게 기본입니다. 그런 세상은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할 때 가능합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병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