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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기자의 우리동네 해결사] (8) 마산만 봉암갯벌 지키기 힘을 보태줘

시민이 살려낸 ‘죽음의 바다’, 시민이 지켜갈 ‘생명의 습지’

  • 기사입력 : 2023-10-16 20:48:52
  •   
  • 자정 능력 잃었던 봉암갯벌
    마산만이 ‘죽음의 바다’로 불리던 시절
    1999년 레미콘 공장 짓겠다는 한 사업자를
    환경단체·행정 등이 저지해 갯벌 지켜내


    다양한 생물 삶터로 변신
    2001년 생태학습장 문 열어 시민들 발길
    첫 시민 모니터링서 ‘붉은발말똥게’ 발견
    2011년 해수부 습지보호지역 지정 성과


    갯벌의 생태적 가치 널리 알려야
    시민 모니터링 통해 멸종위기종 지속 발굴
    연말께 서식생물 나타낸 ‘생태지도’ 제작
    “연안습지 보호 시민 관심·참여 중요”


    과거 마산만이 ‘죽음의 바다’로 불리던 시절, 바다로 가는 길목에 있는 봉암갯벌 역시 자정 능력을 상실해 다양한 생물 종이 사라져갔습니다.

    1999년 한 사업자가 봉암갯벌에 레미콘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마산만의 마지막 갯벌인 봉암갯벌의 보존을 위해 행정과 환경단체 등이 힘을 모아 저지했습니다. 그러자, 현재는 다양한 생물이 꿈틀거리는 가히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보고’가 됐습니다. 만약 자본주의대로 공장이 지어졌다면 개발 사업자는 많은 돈을 벌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갯벌을 지켜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손수 갯벌을 지켜온 이들은 말합니다. “창원 시민들 모두가 더욱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라고 말입니다.

    즉, 봉암갯벌을 지키는 것은 시민들에게 남의 일이 아닌 셈입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고 불리는 곳, 이곳은 바로 창원 마산만에 있는 봉암갯벌입니다.

    마산만과 창원천·남천이 만나는 기수역인 봉암갯벌이 간조 시간에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다.
    마산만과 창원천·남천이 만나는 기수역인 봉암갯벌이 간조 시간에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다.

    봉암갯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역항 내에 위치한 갯벌로서 창원천과 남천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마산만 입구까지 기수지역(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펼쳐진 연안 습지입니다. 도내에서 유일한 연안습지보호지역이며,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환경 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우리동네 해결사’는 이번에 봉암갯벌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 종을 관찰하는 ‘시민과학 모니터링’ 활동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모니터링은 지난달 23일 1차 활동이 진행됐으며, 오는 11월 25일 2차 조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달 23일 봉암갯벌에서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이 시민들과 함께 ‘시민과학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지난달 23일 봉암갯벌에서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이 시민들과 함께 ‘시민과학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봉암갯벌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과 성산구 신촌동, 의창구 대원동·차룡동 일원에 걸쳐 있습니다. 2001년 봉암갯벌생태학습장이 문을 열었고, 환경단체와 지역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갯벌이 살아났으며, 2011년 12월 16일 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전국 최소 면적(0.1㎢)의 연안 습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습니다. 현재 봉암갯벌은 창원시에서 국·도·시비를 투입해 관리하고 있으며, 생태학습장의 교육은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에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봉암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해양환경 보전의식을 높이고자 2009년부터 시민모니터링이 시작됐습니다. 봉암갯벌의 대표생물인 멸종위기종 2급 붉은발말똥게가 발견된 것도 첫 시민모니터링 활동에서였습니다. 이는 사각게과에 속한 게로, 말똥 냄새가 나는 말똥게 중에서 집게다리와 몸 전체가 대체로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것입니다.

    환경오염과 서식지 훼손으로 멸종 위기에 놓였던 붉은발말똥게가 봉암갯벌에 서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연안습지보호지역 지정도 급물살을 탔던 것이죠. 이후로 최근까지 붉은발말똥게 등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0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 칠게들이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 칠게들이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그만큼 시민 모니터링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올해 1차 시민모니터링 활동에 시민 등 22명이 참여했습니다. 사전에 생물다양성과 갯벌 보전 활동을 위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성인까지 자발적으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활동 당일, 창원만남의광장에 모여 단체로 버스를 타고 봉암갯벌생태학습장으로 이동했는데요. 참가자 소개와 간단한 활동 취지 설명 이후 시민들은 4개 분야로 나눠 분야별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활동 결과를 발표하며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질 조사·대형저서동물 조사·염생식물 조사·조류조사 등 조로 나눠 분야 조사를 했는데요. 취재진은 갯지렁이류와 조개, 갑각류 등을 관찰하는 대형저서동물 조사를 함께 했습니다.

    박성배 강사(왼쪽 세 번째)가 대형저서생물 탐사 조원들에게 갯벌 속 생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배 강사(왼쪽 세 번째)가 대형저서생물 탐사 조원들에게 갯벌 속 생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당 조에는 박성배 (사)생태문화교육허브봄 대표가 강사를 맡았으며, 그와 동행한 콘라드 박씨가 보조강사로 조원들을 이끌었습니다. 송소담(마산중앙초 3학년) 학생과 차화준(창신중 1학년) 학생, 김해에서 온 50대 여성 이혜정씨와 박순례씨도 한 조가 됐습니다. 저마다 장화를 신고 갯벌로 나가 다양한 생물을 찾았는데요.

    박 강사는 “갯벌은 멀리서 볼 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굉장히 많은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움직이면 진동을 느껴서 숨어버린다”며 “갯벌 안을 보면 이렇게 색이 어두운데, 갯지렁이들이 구멍을 내면서 산소가 들어가 훨씬 더 밝은색이 되고 정화도 된다. 이렇듯 갯벌에 있는 갯지렁이부터 물고기, 새까지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갯지렁이류와 엽낭게, 집게, 가무락조개, 운모조개, 빛조개 등 10여종을 찾았습니다. 관찰이 끝난 뒤, 박순례씨가 조 대표로 발표에 나서 “생물로 본 것도 있고, 조개껍데기를 주워와 분류를 해보며 놀이도 해봤다. 갯벌의 생태계는 잘 몰랐지만, 이번에 갯벌을 걸어보며 생태적 가치를 알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갯벌을 삽으로 퍼내자 산소와 닿지 않아 썩어버린 검은 흙이 보인다. 갯지렁이가 활동해 생긴 구멍으로 산소가 유입되자 썩은 흙 사이로 깨끗한 흙이 생겼다. 아래에 길게 늘어난 생물이 바로 갯지렁이.
    갯벌을 삽으로 퍼내자 산소와 닿지 않아 썩어버린 검은 흙이 보인다. 갯지렁이가 활동해 생긴 구멍으로 산소가 유입되자 썩은 흙 사이로 깨끗한 흙이 생겼다. 아래에 길게 늘어난 생물이 바로 갯지렁이.

    또 다른 조의 경우 수질 분야에 전홍표 창원시의원이 강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전홍표 의원은 2009년 초창기 모니터링 때부터 시민 참여의 중요성에 따라 줄곧 참여해왔다고 하는데요. 그는 수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봉암갯벌의 수질 상태는 창원천과 남천의 건강성을 알아보는 지표의 역할을 한다”며 “봉암갯벌의 건강성이 증진된다는 것은 산업단지와 우리가 사는 주거지역이 매우 건강해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큰돈 안 들이고 시민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옛날 갯벌이란 개념은 쓸모없고 가치 없는 땅이라고 판단해 매립을 하고 건물을 짓는 방향으로 갔지만, 현재 갯벌의 가치는 생물이 살고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곳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며 “이곳도 매립이 될 뻔했는데 막아내지 않았느냐. 공장이 들어섰다면 공장 사장이 돈을 벌었겠지만, 생태학습장이 들어서면서 시민이 이득을 보고 있다. 결국, 도시의 가치도 높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조 학생들도 저마다 생태환경의 소중함을 몸소 느꼈다며, 참여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활동에는 창원상남중 ‘에코로운’이란 환경동아리에서 8명이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동아리 팀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추호영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다 보니 진로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로 가든 환경의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부모님이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지금은 주도적으로 환경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시민 모니터링을 거친 뒤 전문가 관찰을 거쳐 12월께 봉암갯벌에 서식하는 생물 종을 나타낸 생태 지도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백호경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이자 봉암갯벌생태학습장 관리책임자는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조사만 아니라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어떤 생물이 살고 서식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학습장에서 환경교육과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쓰담쓰담’이라고 해서 갯벌에 있는 쓰레기도 줍고, 돼지풀이나 유해 식물을 퇴치하는 등 자원봉사자 ‘쓰담이’도 모집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이곳을 가꿔온 것은 모두 시민이 한 일이기도 하다. 더 많은 이들이 환경을 지키는 일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제 멸종위기종인 기수갈고둥, 흰목물떼새, 붉은발말똥게는 물론, 봉암갯벌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안녕? 돌아와 줘서 고마워. 우리 오래오래 잘 지내자.’


    [우리동네.Ssul] 창원 도심속에 갯벌이 있다? 마산만 봉암갯벌 시민모니터링 이야기

    취재수첩

    1. 올해 시민 모니터링 활동 결과, 일부 오염지표종이 발견되기도. 봉암갯벌이 과거에 비해 깨끗해졌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오염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2. 봉암갯벌 서식 멸종위기 생물들. 붉은발말똥게, 기수갈고둥, 노랑부리백로, 황새,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흰목물떼새,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흰꼬리수리, 물수리, 삵, 수달 등.

    글= 김재경 기자·사진= 이솔희 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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