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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도공’ 백파선의 궤적] ⑤-2 백파선의 후예들- 김해 노정애 도예가

“표현의 재미 느끼며 흙으로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 기사입력 : 2023-10-17 21: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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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 때 물레 차는 사진 보고 도예와 인연
    대학 도자기공예과로 진학해 꿈 키워
    결혼하며 김해 와 ‘도예 할 운명’이라 생각
    2014년 공방 ‘이음포터리’ 열어 꿈 실현

    청자 생활자기·유약 안 바른 자기 제작
    공예협동조합 ‘모단아트’ 설립 상품 개발
    “개성 담긴 어디에도 없는 작품 만들 것”


    백파선의 궤적을 살피는 과정 속에서 부록으로 김해(백파선 고향 추정지)와 아리타의 한국 여성 도예가를 만나 이들의 작품세계를 알아본다. 이들은 터전을 옮긴 여성 도예가로서 백파선과 맞닿아 있다. 이번 편에서는 이틀간 김해 도예가들을 다룬다.

    김해 도심지에서 활동하는 노정애(44) 도예가는 고등학생 때 우연히 물레 차는 사진을 보고 무작정 경희대 도자기도예과로 진학해 도예가의 꿈을 키웠다. 처음에는 물레가 익숙지 않아 어려움도 컸지만 특유의 근성과 체력으로 두각을 보였던 그다.

    노정애 도예가가 김해시 지내동에 있는 공방 ‘이음포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정애 도예가가 김해시 지내동에 있는 공방 ‘이음포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졸업 후 고향인 광주광역시로 돌아와 사무직과 운동 트레이너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때도 언젠가는 도예를 할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골집에 장만한 작은 작업실에서 그런 의지를 점차 키웠다. 직접 산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인근 공방의 가마를 빌려 홀로 제작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2007년 결혼을 하면서 김해로 오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있는지도 몰랐던 김해 도자기촌을 보며 도예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란 현실과는 타협해야만 했다. 가져온 물레를 바라보며 매일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잠에 들기를 6년째 반복했다.

    노 도예가는 2014년 김해 지내동에 ‘이음포터리’를 열며 도예가의 꿈을 실현했다. ‘이음’은 흙으로써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그는 공방을 열면서 ‘청자 생활자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학생 때 많은 종류의 자기를 만들었는데, 10년 뒤 다시 보니 청자가 가장 예뻤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한 상황에서 자신있는 분야를 갈고닦아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후 흙 본연의 느낌을 전하고자 ‘무시유(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도자기) 자기’도 함께 만들고 있다.

    달의 형상을 한 청자그릇 ‘루나(달)’
    달의 형상을 한 청자그릇 ‘루나(달)’
    개성을 담아 만든 ‘기울어진 와인잔’
    개성을 담아 만든 ‘기울어진 와인잔’

    그는 타지인 김해에서 육아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해왔다. 그래서 도예도 주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어렵기보다는 재밌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공방에 답답함이 느껴졌고,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2020년 공예협동조합 ‘모단아트’를 설립한다.

    “저를 비롯해 캘리그라피, 사진, 패브릭소잉, 플랜테리어 등의 전문가와 함께 공동상품도 개발하고 교육과 판매과정을 플랫폼화하고 있어요. 전시회를 열고 인테리어 소품을 상품화하기도 해요.”

    전시회에 선보였던 작품을 상품화한 첫 소품은 ‘인센스홀더’다. 불규칙한 곡선이 강조된 무시유 작품은 2020년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열린 ‘청춘처방전’에서 오브제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도자기의 선입견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견고하고 단아한 기존의 느낌뿐만 아니라 굴곡이 많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구현해내고 싶었다.

    전시회에 선보였던 작품을 상품화한 ‘인센스홀더’.
    전시회에 선보였던 작품을 상품화한 ‘인센스홀더’.

    애착을 가지는 작품은 ‘루나(달)’다. 비스듬히 경사진 청자그릇은 빛의 각도와 세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달의 형상을 하고 있다. 노 도예가는 1년가량 달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표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밤 늦게까지 작업하던 날 밖에 떠 있던 초승달이 너무 예뻐보였어요. 그 달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고민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결과물로 만들어내 기뻤죠.”

    그는 과거에는 할 수 있는 자기는 다 만들었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자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작품과 상품의 경계에서 의미와 개성이 담긴 어디에도 없는 소품들. 최근 우연히 만들어낸 ‘기울어진 와인잔’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 또한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섬세한 표현이나 상품 포장 등이 다른 도예가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본인의 강점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자신을 키워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문양 등 장식보다도 흙을 통해 깊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현재의 방향은 형태의 변화다. 그의 물레 위에 올려진 흙들은 더 이상 둥글게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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