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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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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반려동물과 이별…"당연한 슬픔, 건강히 애도해야"

최근 유튜버 반려견 복제로 논란…"동물 권리·보호자 애도 기회 박탈 우려"
반려동물 떠난 후 상실감·죄책감…전문가 "편지쓰기·경험 공유 등 도움 돼"

  • 기사입력 : 2024-01-06 18: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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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 김민준아이클릭아트 그래픽 사용
    편집 김민준아이클릭아트 그래픽 사용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2018년 15년간 함께 했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실제로 심장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반려견이 매우 아파 마음의 준비를 한 뒤 안락사했지만 장례를 마치고 물품을 정리할 때,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가족'이 없는 집에 들어갈 때, 가구 밑에 떨어져 있던 사료를 발견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몇년이 지난 일인데도 김씨는 반려견을 떠나보내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그 뒤로 2∼3개월 정도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6개월 정도는 자다가 울며 깨기도 했다"며 "강아지가 건강할 때 더 많이 시간을 보내고 산책도 나가야 했다는 생각, 아플 때 더 곁에 있어 줬어야 했다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개·고양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때 많은 이들이 죄책감과 슬픔, 상실감을 호소한다. 깊은 우울감, 불안감 등을 느끼며 일상생활과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등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펫로스 증후군으로 인한 고통이나 미래에 닥칠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고로 반려견을 잃은 뒤 큰 상실감을 호소했던 한 유튜버가 죽은 강아지의 복제견을 만들어 입양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선 '해당 유튜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이별도 받아들여야 한다', '기괴하다' 등의 의견이 엇갈렸다.

    복제견의 건강과 복제를 위해 동원되는 또다른 동물의 복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은 당연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슬픔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건강한 애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펫로스 상담센터 '안녕'을 운영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조지훈 원장은 "'펫로스'도 권리일 수 있다. 동물을 끝까지 돌보았기 때문에 슬픔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당연히 찾아오는 슬픔이고 실의에 빠지는 게 정상인데 이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애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펫로스 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동물에게 꾸준히 편지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펫로스 관련 책을 읽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며 "또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기 전에 관련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등 미리 준비한다면 (펫로스 증후군)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슬픔이나 우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 센터만 해도 한 달에 15∼20명의 반려인이 찾아와 속마음을 꺼내 놓는다.

    다만 조 원장은 반려동물을 복제해 상실감을 달래는 데 대해선 "인간 중심적이고 동물이 편안히 잠들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은 소유하는 '물건'은 아니지 않나"라며 "보호자 역시 제대로 애도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도 "반려동물이 갑자기 죽으면 충격이 크지만 상실감이 드는 게 정상이라는 것을 자신이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장례를 치르는 의식이나 애완동물과의 추억을 글로 남기는 것, 유기동물 보호 활동 등에 참여하는 것 등도 건강한 애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 역시 "반려동물을 복제한다고 해도 외모가 비슷할 뿐 실제로 같을 수는 없다. 인생사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삶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섣불리 다른 동물을 키우는 건 오히려 애도 반응을 지연시킬 수도 있어 새로운 반려동물 입양은 시간을 두고 적절한 시기에 신중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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