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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2500여년 전 인구정책-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 기사입력 : 2024-01-28 19: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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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면한다’…. 1970~80년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가족계획 표어다. 이런 산아제한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저출산을 고민하고 ‘국가 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이 될 것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당시 다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저출산 풍토에 한몫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였으니까.

    ▼저출산 위기론은 외국에서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한국의 인구 감소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맨 교수는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30~40년 전 인구증가를 걱정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저출산이라는 커다란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0조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쓰고서도 출산율이 후퇴하고 있는 이유는 피부에 와닿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육과 육아 환경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양육비와 집값 등 경제적 부담이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번식을 하는 동물이 진화과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상황’만 좋아지면 번식을 못 하게 막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는 게 진화학자의 이론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군주 구천의 인구 정책이 ‘오버랩’된다. 스무 살이 되어 혼인하지 않으면 부모가 벌을 받고, 자식을 낳으면 양육비를 지급하는 등 출산을 통해 부국강병을 꾀했다. 학자들에게는 거처와 의복을 제공하고 쌀을 싣고 다니면서 젊은이를 보면 배불리 먹게 했다. 백성과 대화하며 신뢰가 쌓이고 ‘상황’이 좋아지자 인구가 급속히 늘었다. 물질적인 지원과 함께 다출산 풍토 조성을 위한 신뢰 형성도 중요하다는 걸 2500여년 전 인구정책에서 배운다.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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