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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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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장

“모든 사람이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미술관 만들 것”

  • 기사입력 : 2024-01-29 21: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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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운 해설집·눈높이 전시·휴식공간 등
    도민 친화적인 ‘열려 있는 미술관’ 노력
    20년 성과 공유 아카이브형 전시 준비
    야외서 ‘미술관 밖 미술관’ 운영 계획도


    미술사 정립과 작가 발굴, 도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포부를 안고 문을 연 경남도립미술관이 올해로 개관 20년을 맞이했다. 지난 2004년 개관전으로 경남의 작고, 원로 화가들의 작품을 담은 ‘경남 미술의 어제와 오늘전’을 열며 방향성을 보였던 도립미술관은 20년이 지난 오늘 어떤 이정표를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해 취임한 박금숙 도립미술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남도립미술관의 ‘오늘’을 알아본다.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실에서 박금숙 관장이 미소 짓고 있다./전강용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실에서 박금숙 관장이 미소 짓고 있다./전강용 기자/

    -취임 후 세 차례의 전시를 진행하게 됐다. 관장으로서 학예사들과 기획 전시를 꾸려나간 소감은 어떤지.

    △관장으로 취임한 후 ‘아카이브 리듬’,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 ‘무수히 안녕’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전시들은 전국의 광역 단위 공립미술관 전시와 비교할 때,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우수한 전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오로지 학예연구사들의 열정적인 연구와 기획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좋은 전시가 생각보다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술관의 홍보 마케팅 부분이 강화되고 활성화되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시(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 무수한 안녕)도 다음 달 25일 마무리된다. 올해 첫 전시의 윤곽은 나왔는지.

    △2024년 첫 전시는 3월 22일 미술관 1, 2층에서 개막한다. 경남의 산과 섬, 그리고 평야를 상징하는 ‘산 섬 들’을 주제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18개 시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를 중심으로 경남미협과 경남민미협의 협조와 추천을 받아 진행 중에 있다. 도립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지역 미술단체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소통과 상생을 위함이다. 그동안 도립미술관은 지역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꾸준히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작가 전시가 부족하다는 지역미술인들의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풀어보고자 기획했다.

    4월 5일에는 경남·전남 청년작가 교류전 ‘오후 세시’가 미술관 3층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전시는 2023년 경남도과 전남도가 맺은 ‘상생발전협약’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전시다. 전시를 통해 청년 작가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며, 더불어 작가로서 미술계 내에서 연결과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청년 작가를 향한 응원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올해 3, 4월에 개최되는 첫 전시는 경남 미술인들의 자긍심과 상생을 위한 방향으로 구성했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이한다. 취임 인터뷰를 통해 경남미술사 정립에 대한 계획을 밝혔는데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사실 경남미술사 정립은 경남도립미술관이 2004년 개관한 이후 미술관의 고유 업무로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방향성이다. 즉, 전혁림, 이준, 이성자, 김종영, 양달석, 변상봉, 박덕규, 김영원, 윤병석 등 대규모 개인전을 꾸준히 개최했지만 불규칙이거나 파편적으로 개최해 오다 보니 도민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 20년 동안 미술관이 어떤 전시를 했고 어떤 소장품을 수집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연구해 그 성과를 공유하는 아카이브형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경남의 근현대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는 진해에서 흑백다방을 운영해 전국 유명 예술인의 향유공간을 제공하신 고 유택렬 화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50년대 이후 미술은 문학,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장르와 왕성하게 교류했는데 그 중심에 유택렬 선생님이 계신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민 친화적인 미술관’을 고민하셨다. 휴식이 가능한 로비를 만드는 등 여러 시도를 보인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에서 이 점이 드러났는데, 관련 계획이 있을까.

    △‘보통사람들의 찬란한 역사’를 통해 유니버셜 디자인을 시행해보려고 했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꽤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시 작품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설치하는 것을 다른 모든 기획전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평소 발행하는 미술관 전시 소개 리플릿을 ‘쉬운 해설집’ 형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미술과 미술관을 조금이라도 쉽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행할 예정이다.

    그중 하나로 올해는 미술관 야외 분수대 자리를 데크형 테라스로 개선하고 ‘미술관 밖 미술관’을 운영해 도민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빼놓을 수 없겠다. 지난 20년간 도립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했고, 또 앞으로의 20년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경남도립미술관은 2004년 경남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증대에 기여하고 경남미술사를 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난 20년 동안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것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술관 역할은 보다 다양한 것을 요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2022년 국제박물관협회(ICOM)는 프라하 총회를 통해 미술관에 대한 정의를 수정했다. 그 내용 중 “미술관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쉽고 포용적이어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는 정의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의 미술관은 기존 미술작품 수집과 보존 그리고 연구, 이에 기반한 전시와 교육은 기본이고, 미술관의 프로그램과 시설 자체가 모두가 쉽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도립미술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도민이 언제나 편안하게 방문하여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성격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체질 개선과 시설 환경 변화가 필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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