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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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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발언대] 민주주의식 문화행정- 김현미(문화체육부)

  • 기사입력 : 2024-04-01 19: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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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 3월 초면 발간되던 경남문인협회 계간지 ‘경남문학’의 봄호 소식이 올해는 요원하다. 그간 경남문학의 발간비용을 지원헀던 경남도의 문화예술분야 지원시책이 올해 전면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남도가 관습적인 지원이 아닌 공모방식을 택하면서, 경남문인협회의 경남문학 발간사업은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번 공모방식으로의 변경에는 ‘경쟁력과 투명성 제고’라는 가치가 담겼지만 현장에서는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린다. 기존 지원을 받던 단체들의 서운함이 없을 수 있겠냐마는 대체로는 이번 시책을 변경함에 앞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줄 알았더라면 미리 방법을 강구했을 거라고 토로한다. 실제 경남도는 지난해 7월께 이미 공모방식으로의 변경을 결정했지만, 단체들은 올해가 될 때까지 일언반구 듣지 못했다.

    최근 경남도립극단이 올해의 공연 계획을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해 이미 결정했던 것을 2월 뒤엎은 것인데 절차적으로 거쳤어야 할 지역 연극계, 도의원 등으로 구성된 도립예술단 운영위원회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출연할 배우들과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이로써 프리랜서 개념으로 연간일정을 정하는 배우들은 이번 사태로 수익 손해와 경력 단절 피해를 입게 됐다. 경남도 측이 밝힌 이유는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기회 확대’였지만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행태는 그 의미를 퇴색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경남도 문화체육국 정례브리핑에서 “1월말 도의회 업무보고 때까지 변동 없던 도립극단 계획이 불과 일주일 만에, 배우들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몽땅 변경한 이유가 있냐”던 모 기자의 질문에 이정곤 도 문화체육국장은 “도립극단이 도민들을 위해 존재하지 배우들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나”, “대중성에 대한 여론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던 문제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변경도 아니다” 등의 대답을 했다.

    논리가 틀린 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문화예술계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기분 탓일까. 지난 두 번의 사태에서 모두 ‘대화만 있었더라도 이 정도까지 문제는 안 됐다’던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의 말을 상기해본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입장이 다르지만 대화를 통해 타협과 설득을 찾아가는 ‘민주주의’의 개념을 떠올려본다. 적어도 경남도 문화행정에는 민주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현미(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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