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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서탑(西塔)과 놀고, 저녁엔 원효(元曉)와 논다
낙동강 물안개는 화왕산을 오르고
화왕산 진눈개비는
옥개석에 내린다
경주가 멀다면 창녕에 가면 된다
진흥왕 척경비와 석빙고도 있으니
서라벌 작은 집 구경
쏠쏠하지 않은가
창녕 술정리엔 동삼층석탑(국보제34호)과 서삼층석탑(보물 제520호)이 있다. 동탑은 국보인데 서탑은 보물이라 조금 안타깝다. 서탑은 동탑에 비해 조금 늦게 세워졌고, 조형미도 다소 모자란 탓이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동탑은 읍내 중심에 서 있는데, 경주 왕경에 있는 석탑과 비견될 만큼 늠름하고 세련미가 있다.
탑은 화왕산에서 내려오는 개울과 마을 사이에 있으니 사진을 찍으면 담장과 전신주, 굴뚝 등도 보인다. 이런 어지러운 배경을 담지 않으려면 안개 내려오는 새벽이나 산그늘 발목에 닿는 어스름 무렵이어야 한다. 아무리 재주 있는 작가라 해도 한 번 찾아 와 사진다운 사진을 얻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왕 탑 구경 왔으면 동·서탑 둘을 함께 보는 것이 더 좋으리라. 근처엔 진흥왕 척경비와 석빙고도 있으니 작은 경주라 불릴 만하다.
이달균(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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