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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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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84·끝) 함양 지리산 제일문

버선발로 달려온 할머니 품 같은 지리산 관문의 마지막 쉼터

  • 기사입력 : 2023-12-26 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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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문(關門)- 민창홍(시인)


    산(山)은 할머니다

    사랑채 앞까지 버선발로 뛰어나오시어

    너른 품 내어주시고 산으로 가신다

    발그레한 까치밥은 담벼락에 기대어

    오래된 은행나무 흔들어 대고

    이유 없이 눈물 꾹꾹 눌러대는 댓돌에서

    처음 솟을대문 넘어서던 기억은

    행랑채 쪽문처럼 작아지다가

    기와지붕의 풍경처럼 흔들린다

    할머니의 할머니가 손잡던 문고리

    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서리꽃이 피고

    색바랜 창호지 문 비밀에 갇혀 있다

    구중궁궐처럼 이어지는 안과 밖의 외가(外家)

    꽃이 피는가 싶더니 폭설이 내려

    눈 덮인 마당의 여러 쪽문은 길을 잃고

    깨작깨작 밥을 먹다가 찾아 나선 길

    문턱을 겨우 넘으면

    또 다른 문(門)이 기다린다

    그때마다 버선발의 그분은

    그때처럼 거기 서 있다


    ☞함양 지리산 제일문= 예부터 경남과 전남 전북에 걸쳐 지리산으로 가는 길이 많이 있으나 적당한 상징 관문이 없던 차에 함양군이 산행 역사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함양읍을 지나 오도재 가는 길에 2006년 ‘지리산제일문’을 준공했다. 제일문 규모는 성곽길이 38.7m, 높이 8m, 너비 7.7m이다.

    특히 이 문에는 함양 출신 명필 정주상 선생의 글을 서각가 송문영 선생이 전각한 현판이 걸렸다. 지리산 제일문은 삼봉산과 법화산이 만나는 지리산 관문의 마지막 쉼터로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해 고산준령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기도 한 오도재를 올라가다 보면 그 끝에 지리산 조망공원과 제일문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고 그 경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시·글= 민창홍 시인, 사진= 김관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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