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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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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들, 모두 함께] #1 은둔형 외톨이 ④ 끝·영원한 꿈

달랐던 너의 삶, 이젠 우리와 함께 삶

  • 기사입력 : 2024-03-27 08: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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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둔형 외톨이는 살기 위해 없음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없음으로 향한 삶은 녹록지 않다. 소통이 단절된 은둔은 좌절, 우울, 절망을 낳고 삶과 생명을 갉아먹는다.

    불안정한 몸과 마음이지만 이들은 가슴 속에 ‘영원한 꿈’ 하나를 품고 있다. 언젠가 다시 사회로 달려가겠다는 용기. 더 나아가 위태로운 경계를 뛰어넘은 후 뒤돌아봤을 때 쓰라린 미끄러짐조차 춤으로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회 복귀를 꿈꾸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공감과 위로로 똘똘 뭉친 편지를 지역사회에 전하며 기획을 마무리한다.


    경남도립미술관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2023~2024) 기획전에 전시됐던 이우성 作 ‘경계를 달리는 사람’(2018년, 천 위에 아크릴릭 구아슈). 경기침체·지역불균형·청년실업·저출산 등 사회문제 속 혐오·갈등·비교가 팽배한 오늘날, 소외돼 경계에 내몰린 이들은 되레 이토록 다양하고 그래서 평범하다. 다수가 소외된 사회 속 은둔형 외톨이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립미술관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2023~2024) 기획전에 전시됐던 이우성 作 ‘경계를 달리는 사람’(2018년, 천 위에 아크릴릭 구아슈). 경기침체·지역불균형·청년실업·저출산 등 사회문제 속 혐오·갈등·비교가 팽배한 오늘날, 소외돼 경계에 내몰린 이들은 되레 이토록 다양하고 그래서 평범하다. 다수가 소외된 사회 속 은둔형 외톨이도 마찬가지다.

    도내 청년 71만명 중 4% 은둔 추정
    잠재적 외톨이도 8만2000여명 달해
    누구나 고립 가능… 인식 개선 필요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은둔= 지난해 경남도의회가 발표한 ‘경남도 은둔형 외톨이의 실태 파악과 정책적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도내 19~39세 청년 71만명 중 ‘은둔형 외톨이’는 2만8000여명(4%)으로 추정된다.

    이는 성인의 5%가 앓는 천식과 비슷한 수치다. 은둔·고립의 조짐이 있는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 청년은 이보다 많은 8만2000여명(11.5%)이다.

    청소년(13~18세)의 경우 세부 추정치가 없지만 매년 도내에서 2000여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토대로 점차 은둔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은둔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경남청소년지원재단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인식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중 최우선적으로 정립돼야 하는 내용은 ‘어느 누구나 어떠한 요인들로 인해 은둔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홍순경 경남청소년지원재단 원장은 “사회가 고속 성장하면서 생겨난 핵가정화, 개인화, 한부모가정, 청년실업 등 구조적 상황 외에도 부모 간 심한 불화, 학교폭력, 부적응,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은둔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서도 “은둔을 선택한 청소년·청년들이 남다른 기질을 가진 것은 기필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은둔 상태에 놓일 수 있지만 지속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은둔이 만성화되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며 “특히 청소년기는 점차 은둔을 시도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기에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톨이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
    폭력성 등 편견은 해결에 도움 안 돼
    긍정적 이미지로 희망 품게 해줘야

    ◇‘잘못된’ 편견 바로잡아야= 사실과 다르지만 은둔형 외톨이가 최근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된 배경은 지난해 5월 일어난 한 살인 사건에 있다. 당시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4)이 검거됐는데, ‘수년간 친구 등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범죄 전문가와 언론에 의해 은둔형 외톨이란 수식어를 붙였기 때문이다.

    은둔형 외톨이 단체들은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잘못된 편견에서 확대된 ‘잠재적 범죄자’ 낙인은 지금까지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은둔 지원 프로그램에 상담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조차도 지원자로부터 폭력성 등을 묻는 질의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허언정 경남청소년재단 은둔 청소년 담당자는 은둔형 외톨이를 ‘기름 떨어진 차’로 비유하며 폭력성은 잘못된 편견임을 강조했다. 허 담당자는 “개인의 노력이 결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오늘날 사회에서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높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좌절한다”며 “반복된 좌절 속 더 이상 일어날 힘조차 없다고 느껴질 때 회피를 선택하는 게 은둔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일부 폭력성을 가진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은둔형 외톨이는 무기력하고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있다”며 “사회와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그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건 또 다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회장은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미디어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그는 “사회가 아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아무도 은둔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되레 미디어가 은둔형 외톨이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정적 인식은 가족 관계에서부터 세밀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주 회장은 “사회에서 많은 아픔을 받았음에도 잔소리와 타박으로 일관하면 스스로 부정적인 낙인을 찍을 수 있다”며 “가족부터 아이를 보듬고 응원해 주면서 그들이 사회와 교류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 사랑 담은 환대를
    장기간 전문 상담지원 시스템 갖추고
    배려·공감·이해로 자립 이끌어야

    ◇함께 그리고 환대= 경남지역 은둔형 외톨이를 연구한 현외성 경남평생교육원구원 원장(전 경남대 교수)은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로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에 사회 구성원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 시스템상에서는 우선적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상담 전문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실태조사 결과, 은둔 대상자들 중 대부분은 이미 다양한 센터를 통해 상담을 진행했지만 상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현 원장은 “은둔은 원인도 복잡하고 인간관계 자체가 무너져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상담을 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길게 호흡을 가져가야 하기에 이에 맞춘 상담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들도 보다 굳은 의지로 지원 시스템 속에서 자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 원장은 “쉽진 않겠지만 상담 등에 성실히 참가하면서 무망감(스스로 느끼는 절망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스스로 어떤 일을 좋아했고 꿈꿨는지 찾고 그것을 토대로 사회에서의 자립을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마침내 지역사회로 나오게 될 때 우리는 그들을 환대(歡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거룩한 환대에는 배려와 공감, 이해, 위로가 담겨 있다.

    현 원장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주목한다.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본능이 있다. 다양하게 발현되는 사랑은 경험한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해 고장 난 이들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있는 우리들이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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