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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환경부 항공기 소음 측정값 엉터리 (하) 대안

“중복 운영 측정망 통합관리, 투명 공개시스템 마련해야”

  • 기사입력 : 2018-09-1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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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전국 공항에 같은 방식의 항공기 소음 자동측정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측정값을 상호 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기 소음과 관련한 주민 민원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측정값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는 하나의 기관에서 측정 업무를 통합 관리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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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환경부 값 신뢰 못해= 지난 2015년 이인영(서울 구로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 소음 측정값이 단순 참고용으로만 사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환경부가 소음 측정망에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해 소음 한도를 초과한 공항에 대해 국토부에 적절하게 조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토부는 당시 환경부 측정치가 순수 항공기 소음만 포함됐는지, 다른 소음도 섞여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환경부 자료를 단순 참고용으로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는 두 기관이 유사한 지점에서 측정한 값만 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제주 용담2동 성화마을지점의 5월과 7월 항공기 소음도는 각각 66웨클, 60웨클이지만, 이곳에서 불과 4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국토부 용마마을복지회관지점의 5월과 7월 값은 83.4웨클, 84.5웨클로 최대 24.5웨클이나 차이 난다. 익명을 요구한 소음 전문가는 “항공기 이·착륙 상황에 따라 웨클 값이 소폭 차이 날 수 있다”면서도 “20웨클 이상 차이 나는 것은 측정값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정부 기관이 서로 다른 측정값을 내놓는 탓에 용담2동 주민들은 어느 기관의 정보를 확인하느냐에 따라 집 주변 소음값이 크게 차이를 보여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 GPS 이용해 측정= 유사한 지점에서 정부 기관이 서로 다른 측정값을 내놓으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처럼 환경부와 국토부가 각각 예산을 들여 측정망을 운영하는 이유는 이용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환경복지 차원에서 항공기 소음을 측정하고, 국토부는 ‘공항소음방지법’에 근거해 규정된 소음을 초과하는 항공기를 확인하고 소음 피해 주민들의 지원 사업을 위해 측정망을 운영한다.

    항공기 소음 자동측정망의 기기 스펙은 두 기관이 조금씩 차이 나지만 측정 방법은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국토부는 항공기 운항 전반을 관리하고 있어 레이더 정보(GPS)를 소음 측정에 활용한다. 배경 소음 등이 유입되더라도 항공기가 지나간 시간을 확인해 보다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해서다. 환경부도 레이더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국토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있지만, 보안 등 이유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이 운영하는 자동측정망 운영 지침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환경부 ‘소음·진동 측정망 통합 운영지침’ 중 측정소 선정 원칙에는 공항별 항공기 소음을 대표할 수 있는 지점, 배경 소음의 영향이 적은 지점, 민원다발 지역 등이 나와 있지만 우선순위는 없다. 따라서 환경부는 주민 민원이 많은 곳에 측정망을 설치하면서 항공기 소음보다 기타 소음이 더 많이 유입되는 문제가 생긴다. 국토부도 지침이 있지만 환경부 지침을 바탕으로 작성돼 있어 설치 기준 등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 많다.

    ◆측정값 활용도 높여야= 소음 측정값은 분기마다 한 번씩 발표된다.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 정도를 즉시 알 수 없어 활용도가 떨어진다. 국토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측정망에 기록된 값을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에게 바로 제공하고, 4개 공항에 설치된 측정망을 한곳에서 관리하는 통합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중기계획을 내놨다. 특히 민원상담원은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을 배치해 소음 정보를 구체적이고 정형화된 형태로 제공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조회 시스템을 도입해 주민이 투명하게 항공기 소음값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국토부, 측정망 통합= 측정값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앞서 두 정부 기관이 중복 운용하는 측정망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국토부는 소음 측정·분석 업무를 전문가들이 담당하고, 기관 특성상 항공기 운항 정보 등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항공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국토부가 항공기 소음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어 통합 관리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경부는 소음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지만 수행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기관에서 운영하는 측정망을 통합해 전문기관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영환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은 “국가기관이 소음값을 중복으로 측정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며 “환경부는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항공사는 일부 공항에 한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소음 측정망을 통합해 민원 관리와 정보 제공 등을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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