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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오해와 말과 글- 조화진(소설가)

  • 기사입력 : 2020-05-21 20: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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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화진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는 본 것을 섣불리 단정해 추측만으로 예단해 믿어버리는 오해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지르게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봤지만 진실에 대해서 모르고, 한 상상의 끝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에 대해서 말이다. 그 결과 한 쌍의 젊은 연인의 삶은 얼크러지고 망가진다.

    아름다운 연애를 하고 인생을 즐길 일만 남아 있는 연인에게 고통의 나날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소녀의 오해가 빚어낸 참혹한 결과는 연인의 삶을 통째로 망가뜨린다, 당연히 가해자격인 소녀도 죄의식 때문에 괴로운 삶의 연속이다.

    말을 잘못 전달하거나 보태서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말이 빚어낸 오해는 너무나 많다. 일상이 노출된 정치인이나 샐럽들이 말을 거르지 않고 막 뱉어버리고 곤혹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들의 말은 토씨 하나라도 잘못 뱉으면 논쟁거리가 되고 비웃음거리가 되고 질타를 불러일으킨다. 말을 가려서 하고 적절하게 또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이유다. 글도 그렇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라도 대강 쓰면 뜻이 달라져 하고자 하는 표현이 이상하게 돼버린다. 상대가 보면 슥 읽어치우고 말 수도 있는 글을, 실은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하고자 하는 포인트나 메시지가 잘 나타나고 전달되는지를 머리를 싸매고 다듬고 고치고 뺐다 넣었다를 반복하는 이유다.

    작가가 심사숙고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글을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건 이 때문이다.

    마침내 원고가 완성돼 책으로 나와도 오탈자와 오류가 나오기도 하니 ‘완전’은 없는 것일까. 그러니 완전한 것은 과학적인 것만 있다고 나는 믿게 되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정신과 관련된 모든 것은 실은 미완성이고 불완전한 것 같다.

    어느 날 지인과 몇 년 만에 우연히 해후했다. 몹시 반가워 편한 날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다시 만났다. 만나자 마자 그의 말 폭풍이 시작됐다. 상대인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묻는 걸 잊고 본인 말하기에 바빴다. 주로 그가 하는 일과 가족자랑이 다였다. 자랑이 대부분인 이야기가 한계를 넘었다. 대화는 일방통행으로 치달았고 나는 지치기 시작했다. 도중 대화를 끊기도 어려워 듣고만 있다가 슬며시 화가 났다.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데도 지쳐서 헤어지고 오는 길엔 다신 안 만나야지 했다. 그이만 떠올리면 좋은 기억도 많은데, 많은 시간을 자기 자랑만 하던 그때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면서 고개가 흔들어지는 건 몹시도 씁쓸한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넘치는 과도함보다는 좀 부족한 면이 있는 쪽이 호감이 가는 편이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게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해 버리면 실수가 있고 한 말 반복하게 되고 그러면 신뢰를 잃기 십상이다. 무책임한 말, 앞서는 말, 이간질하는 말, 본인 입장만 주장하는 말, 말의 난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통점은 말의 넘침이라는 거다. 대화의 미덕은 발설이 아닌 들어줌이라고 한다. 새길 일이다.

    조화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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