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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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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민식이법’ 두 달… 스쿨존은 지금

불법주차·곡예운전… 여전히 위험한 등하굣길
불법주차 차량들로 빼곡한 인도
학생들은 차도로 아슬아슬 보행

  • 기사입력 : 2020-06-01 21: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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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식이법’ 시행과 더불어 학교별 등교개학이 한창인 가운데 등하굣길 어린이보호구역은 여전히 불법 주정차나 앞지르기 등 교통법규 위반이 판을 치고 있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마다 제한속도가 시속 30㎞부터 40~60㎞까지 제각각이라 운전자들 혼란과 사고 우려가 크다.

    1일 오전 8시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합성초등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

    이 학교 정문 앞에 곧게 뻗은 왕복 2차선 도로 양쪽 인도변에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 실시’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실상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도로를 따라 길게 줄을 선 차량이 20여대가 넘는다. 게다가 이 도로에선 30여분 간 수십대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갑작스레 정차해 아이들을 내려주면서 추돌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또 후미를 따르던 차량들이 중앙선을 침범해 앞지르기를 하는 경우도 잦아 사고 위험이 컸다.

    1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보행로 양 옆의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차도로 하교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보행로 양 옆의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차도로 하교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김모(68)씨는 올해 2학년이 된 손녀딸을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줬다. 그는 “통학로에 인도가 마련돼 있지만, 불법주차 차량들이 인접한 골목길 진출입로를 가리고 있어서 아이들이 위험하다”며 “마음이 쓰여 매일 등교할 때마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교 시간에 맞춰 찾은 마산합포구 대내동 월포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이곳 역시 학생 보행로가 불법주차 차량들로 빽빽했다. 학생들은 차도 위를 걸으며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주차된 차량 쪽으로 몇 번이고 몸을 붙였다 떼가며 집으로 향했다.

    제각각인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역시 아이들 안전을 위협한다.

    합성초등학교와 월포초등학교 두 어린이보호구역은 시속 30㎞ 제한을 받는 반면, 마산 내서초등학교 앞 편도3차로와 진동초등학교 앞 편도 2차로는 시속 60㎞가 적용됐다. 이처럼 시속 30㎞를 초과한 제한속도를 적용받는 곳이 수두룩하다.

    경남에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 모두 819곳으로 제한속도 30㎞를 적용받는 곳이 763곳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40㎞가 11곳, 50㎞ 18곳, 60㎞ 27곳 등 30㎞를 초과하는 곳이 56곳이나 됐다.

    제한속도가 제각각인 이유는 도로 규모나 교통 흐름 등을 고려한다는 이유에서다. 도심 속 왕복 4차선 이상으로 폭이 넓은 도로들이 주로 제한속도가 50㎞나 60㎞로 지정돼 있다. 때문에 창원이나 김해 등 비교적 도심에서 운행 속도가 대체로 높다. 지역별 시속 60㎞ 적용 학교를 살펴보면, 27곳 중 창원이 21곳, 김해가 6곳이었다. 또 시속 50㎞ 적용 학교는 창원 10곳, 사천 3곳, 양산 2곳, 김해·밀양·거제 1곳 등이다.

    유치원생과 초등 2학년생을 둔 이모(34)씨는 “혹시라도 아이가 도로로 뛰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시속 50㎞ 제한은 사고를 막기 부족할 것 같다. 지역과 상관없이 일관성 있는 운행속도 제한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민식이법 시행 등으로 교통 흐름보다 학생 안전을 우선시하면서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하향을 추진해왔다. 현재 제한속도 30㎞를 초과하는 56곳 중 31곳에 대해 제한속도 하향을 검토 중이다. 현장에 모두 적용하기까진 적어도 몇 달가량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간선도로나 큰 도로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포함됐다고 제한속도를 갑자기 하향하면 급정거 등으로 사고가 더 많아질 우려도 있다”며 “현행 유지나 하향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할지 면밀히 검토해 적용할 예정이다”고 했다.

    이한얼·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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