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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로는 뭘 못해-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8-02 2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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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의사 표현을 하는 가장 주된 방법이 말이다. 그래서 말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말에는 허언(虛言)과 진언(眞言)이 있다. 사실이 아닌 허언이 난무하면 사회가 어지럽고 무질서해 진다. 고사(故事)에 말로 사람을 죽인 예가 많고, 말로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한 일도 있는가 하면, 거꾸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파국으로 몰아넣었던 일도 있었다.

    말이란 마음의 표현인 만큼, 우리의 언어생활에 나타나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말의 표현은 얼마든지 곱고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말도, 정치인들은 천진난만한 어린학생들은 생각도 않고, 일반 시청자들을 의식해서 일부러 거칠게 표현한다거나, 칭찬하기보다 헐뜯는 말이 더 흔하고, 예사로 거짓말이 오고 가는 풍조는 사람들의 심성을 거칠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웅변가라면 영국의 처칠을 꼽을 수 있는데, 언제가 초선의원이 처녀 연설을 할 때 청산유수와 같이 유창한 연설 장면을 보고, 처칠은 그에게 다음부터는 좀 더듬거리고 어설프게 하라고 충고를 했다는 일화가 있다. 말이 너무 매끄러우면 자칫 경박스럽고, 무게가 없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말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많은 것 같다. 말은 시기, 장소, 대상에 따라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그 사람의 능력인 것 같다.

    21대 국회 개원 후 대통령의 연설이나, 여야 원내 대표의 연설은 각본에 의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지만, 내용이나 모습들이 훌륭한 웅변가 못지않았다. 내용을 보면 과연 실천 가능할까? 하는 의아심도 가고, 뜬구름 잡는 내용도 있어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매번 듣는 연설이라 내용을 그렇게 믿지는 않는다.

    말이란 신뢰가 있고 감동을 주어야 하는데, 하나의 형식과 절차에 불과한 것 같았다. 요즘 국민의 활화산 같은 분노를 쌓은 부동산 대책은 하명(下命)을 기다리고 있고, 그린벨트 문제도 한참 동안 걷잡을 수 없이 방황을 하다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어느 도백의 내년 4월 보궐선거 무공천 문제도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되어 버리는 말장난, ‘정말 말이면 뭘 못해!’.

    공직자의 성폭력, 교육자의 학생들 화장실의 몰래 카메라 등 매사에 큰 사건이 터지고 나면, 관료들은 국민들 앞에 정중하게 엎드려 미사여구로 사과를 하며 넙죽 절하는 모습이 이제는 식상하다. 국민들은 말 잘하는 정치인, 지자체장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도 좋다는 면허를 준 것도 아닌데, 유권자들을 겁내지 않고 무슨 특권인양 여기는 기이한 풍조가 있는 것 같다. 결과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로는 안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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