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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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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기본으로 돌아가자-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장총연합회 이사장)

  • 기사입력 : 2023-01-15 19: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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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에 시도회장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만나는 일본의 아날로그식 분위기, 갑갑할 정도의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는 매뉴얼,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학교분위기를 보면서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는 언제나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부러움이 교차한다. 위급한 재난상황 속에서 새치기도, 사재기도 없이 줄 서서 기다릴 줄 아는 질서의식과 절제된 행동들, 거리의 깨끗함과 친절한 태도, 남에 대한 배려심과 철저한 준법정신 등은 유치원부터 연습된 ‘기본교육’의 결과이기에 교육자로서 느끼는 부러움은 크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여준 일본 축구응원단들의 매너에 대해 국내외 언론은 ‘완벽한 손님’이라는 찬사로 일본인의 훌륭한 시민의식에 대해 칭찬을 했다. 매뉴얼화되고, 습관화된 일본 국민들의 품격은 경기장에서도, 직장생활과 수학여행 같은 단체활동에서도, 식당과 가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기본을 세우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그 무엇도 기본을 지키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다. 스포츠도, 경영도, 교육도 기본에서 해법을 찾아가야 하며, 훈련된 기본기는 슬럼프나 위기상황 속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제동행(師弟同幸)의 기본이 바로설 때 가르치는 즐거움과 배우는 기쁨이 있고, 수업이 살아 숨 쉬며 상호 존중과 배려가 있는 학교,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노동·연금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일부 개혁론자들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학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고 교육계를 질타하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상 환경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교육이 ‘인간으로서 지키고 살아야 할 기본’에 대한, ‘사람다움’에 대한 가르치기를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의 기본이며, 본질이다. 운동선수가 체력과 기본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듯이, 교육도 기본기가 튼튼해야 한다. 학교는 그런 기본기를 연습하고 훈련하는 곳이기에, 때로는 학생들을 느긋하게 기다려 줄 수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엄격한 규율과 훈련 속에서 기본기가 각인될 수 있는 강력함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기 교육은 반복적인 교육을 거쳐서 습관화되기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한 과정이며, 규율과 엄격함의 반복교육으로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면 그때에 가서야 ‘기본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데 우리 가정과 학교의 현실은 어떠한가? 가정에서는 무조건적인 자녀 사랑으로 ‘기본교육’이 상실되었고, 학교에서는 교권추락 등으로 ‘기본교육’이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렸다.

    사천을 떠나 창원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지 1년여를 지나고 있다. 과연 나는 창원고등학교 학생들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반성해 본다. 그래서 올해 학교 비전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라고 제안한다. ‘기본교육’은 근본적으로 교육의 제자리 찾기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매사를 서두를 때가 아니라 작은 것, 하찮은 것일지라도 튼실하게 기초와 기본을 충실히 다질 때이기에, 인생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에서 쉽게 넘어지지도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본기가 튼튼한 교육을 실천하고 싶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두려움 없이 연습도 해보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배우면서, 가장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인생의 길을 찾아갈 줄 아는 품격있는 졸업생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장총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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