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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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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챗GPT 시대의 성찰과 대응 방안-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3-02-14 19: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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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openai.com)가 인공지능(AI) 대화 로봇 시대를 열었다. 알고 싶은 내용을 질문하면 챗GPT는 짧은 보고서 형태로 핵심을 요약한 답변을 제공한다. 전문가의 고급 지식을 담은 답변은 서술방식에서 체계성과 논리성을 갖추었다. 챗GPT의 신뢰로 이어진다. 사용자의 반응은 감탄과 불안이다. AI 챗봇이 주는 의미와 대응 방안을 역사와 고전에서 찾아본다.

    한편으로 복잡한 질문의 빠른 답변에 감탄한다. 해당 질문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도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여러 날이 걸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답변의 범위와 폭도 넓다. 여러 분야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과시한다. 축적된 자료와 최근 현상의 반영으로 깊이도 확보한다. 백과사전 수준의 정보가 날마다 새롭게 편집되는 배경은 IT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이다. 빅데이터 기술에 힘입어 엄청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분석하게 된 것. 여기에 컴퓨터 스스로 기계학습을 통해 지식 수준을 높이고, 인간 못지않은 판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AI 시대에 인간 역할의 축소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컴퓨터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보조적 도구 성격이 강했다. 전산화의 효율성은 인간의 코딩과 프로그램 작성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바둑 시합에서 인간계 최고인 이세돌 선수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4승 1패로 물리친 이후 안이한 인식이 바뀌었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우리가 수행하는 직업을 AI 로봇이 대체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벌써 학교와 직장에서 일어난다.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수업에서 부여받은 과제와 시험에 대해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출한 리포트와 답안이 합격점에 해당한 것. 그러자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리므로 수업 중 사용을 금지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직장에서도 비교적 단순한 고객 상담과 AS 업무를 챗봇이 수행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진다. 이러한 기술을 도입한 회사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직원의 고용 비용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노동자는 해당 분야의 일자리 상실로 생활과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면 교육을 추가로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처럼 챗GPT가 지닌 감탄과 불안의 양면성을 성찰해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도입에 대한 사회적 충격과 저항을 줄이고,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정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와 고전이 주는 교훈을 알아보자. 먼저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확산은 산업의 성장과 함께 노동자의 희생도 따랐다. 영국의 산업혁명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은 일자리를 잃거나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폭동으로 반발한 것. 영국 사회는 의회민주주의를 진전시킨 차티스트 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의 정치 참여를 제도화함으로써 대응했다. 사회복지도 강화되었다. 다음에 고전이 담은 지혜에 주목해 보자. 캐나다의 미디어 사상가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1964)〉는 우리가 직면한 디지털 시대 심리적 충격의 치유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요지는 인간이 개발한 디지털 미디어의 충격과 자극이 뇌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과도하여 감각 마비가 발생한다는 것. 이에 따르면 챗GPT는 우리의 지적 능력의 확장으로 놀라운 성과와 혜택을 주지만, 인간을 능가한다는 불안감과 충격이 너무 커서 적대하거나 또는 맹종하게 된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디지털 시대 인간의 무의식적 감각 마비 구조를 이해하고, 디지털 기술을 포용하되, 여전히 인간의 개입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균형된 인식을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디지털로 세계가 연결된 만큼 인류 차원의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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