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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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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73) 진해 웅천읍성

  • 기사입력 : 2023-07-11 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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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 성벽이 하루아침에 이뤄졌으랴

    두 손의 온기 없이


    해자*

    성벽을 따라 걷다 물길을 만난다

    물은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듯 자장가로 풀을 키워

    비밀의 숲처럼 오래된 성을 지키고

    한 무리 참새가 낮잠에서 깨어 출격한다

    때 이른 장맛비가 차단된 미로에 뿌리고

    늪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고

    돌과 돌이 서로 기대어 숨바꼭질한다

    술래가 한눈파는 사이

    날개를 펴지 못한 참새 한 마리

    첫 비행에 실패한 채 풀 섶에 몸을 숨기고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돌탑을 쌓는 마음으로 보이는 길 당기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듯

    온몸에 전하는 두 손의 온기

    바다는 외롭고 쓸쓸하게 다가온다

    성을 지키는 병사처럼 창 들고 돌고 도는

    순찰병의 친구가 되어주는 물길

    풀을 키우듯 어린것의 상처 보듬으면

    비행 편대가 무사 귀환한다

    망루에 선 장수 안도하며

    물의 행진을 보고 있다

    *해자: 성벽 밖에 도랑을 둘러 파고 물을 채워 적의 침입을 막는 시설.


    ☞태종 7년에 개항한 진해 웅천의 내이포는 일본과 무역을 하던 곳으로 불법 거주하는 일본인의 수가 늘어나자 고을을 보호하기 위해 세종 때에 웅천읍성을 지었다. 중종 5년에는 삼포왜란으로 동문이 함락되어 소실되고, 임진왜란 때에는 왜군이 주둔하던 웅천왜성에 딸린 성으로 사용하였다. 오랜 기간 남해안을 방어하는 주요 거점으로 사용되었으나 고종 때에 읍성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읍성 전체의 둘레는 936m, 현재 남아 있는 길이는 500m이며, 성벽의 폭은 4.5m, 높이는 4.4m이다. 성벽은 땅과 수직이 되도록 쌓았으며 큰 돌 사이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 넣었다.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적의 접근을 감시하는 6개의 치성과 사방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동문로, 성벽 밖에 도랑을 둘러 파고 물을 채워 적의 침입을 막는 시설인 해자가 남아 있다.

    시·글= 민창홍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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