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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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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74) 하동 칠불사

그저 찻잔은 채우고 마음은 비울 뿐

  • 기사입력 : 2023-07-24 2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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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선(坐禪)

    거대한 대들보를 이기에 내 머리는 매끄럽고

    큰 용마루를 버티기엔 다리가 약하다오. 그러니

    높은 옥좌(玉座)는 꿈꿔본 적 없소.

    하늘의 피를 이은 왕족(王族)도

    땅에선 중생(衆生)에 지나지 않으니

    깎여간 잔해를 돌아보지 않는 수석(壽石)처럼

    흘러간 선율에 마음 쓰지 않는 거문고처럼

    모두 잊었다오.

    멀어져가는 하늘이 그리울 때도

    고개를 들지는 않소.

    그저 데운 온돌에 가부좌를 틀고

    내려놓은 차 한 잔을 따른다오.

    채워지는 찻잔만큼

    비워져 가는 내 마음


    ☞칠불사는 하동 범왕리 지리산 토끼봉의 해발고도 830m 지점에 있는 사찰로, 1세기경 장유화상을 따라 출가한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온돌방을 잘 놓아 ‘구들도사’라 불렸던 담공선사가 지었다는 독특한 건축물인 ‘아자방’이 유명하다. ‘한국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가 꽃피운 수석과 차 문화를 잘 계승해 현재 하동을 대표하는 차 성지로 알려져 있다. 사찰 입구에 ‘구름 위의 찻집’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다원에는 꼭 들르시길. 멋진 풍경과 함께 마시는 차 한 잔이면 몸에 밴 속세의 때가 씻기는 느낌이 든다.

    시·글= 이강휘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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