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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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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77) 창녕 남지철교

세상의 시작과 끝, 철각에 몸과 마음 툭 내려놓네

  • 기사입력 : 2023-09-05 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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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지 철교에서


    가자, 가자, 그만 가자

    내 어디로 가잔 말도 없이

    강물은 몸을 틀어 느릿느릿 발길을 놓고

    돌아갈 길 아득한 나는

    여기서 그만 마음과 몸을 척 내려놓네

    세상의 모든 시작과 끝은 여기서부터

    흘러가는 강물 위에 꽃잎처럼

    젖은 마음의 종이배를 띄워 보내네

    가고 싶어 가는 것도 아니고

    보내고 싶어 보내는 것도 아닌데

    떠나는 것들은 모두 등을 돌리고

    돌아갈 집조차 아득한 나는

    여기서 그만 마음과 몸을 툭 내려놓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평을 이루려는 마음과

    저 길을 따라 세상의 끝을 쫓으려는 마음이

    저 철각을 세운 모서리같이 서로 만나서

    그만 아득해진 마음이 철 철 철

    세상의 모든 처음과 끝은 다 아득한데

    내 어디로 가잔 말도 없이

    가자, 가자, 그만 가자 애잔한 것들은

    다 저 철각의 모서리같이 만나서

    흐르는 강물만 철 철 철.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에 위치한 창녕 남지철교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교이다. 창녕군 남지읍과 함안군 칠서면을 잇는 남지철교는 길이 391.4m, 폭 6m 규모로 일제강점기인 1931년 가설공사가 시작되었으며 1933년 2월에 개통되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동일한 양식으로 제작되었으며, 계절 변화에 따라 철제의 신축성을 조절하는 이음장치가 활용되는 등 당시의 최신 기술이 쓰였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강을 넘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미군이 다리 중앙부를 폭파하여 25m가량이 훼손되었으나 1953년 복구되었다. 1993년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다. 현재는 바로 옆에 남지대교가 남지철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2004년 12월 31일 국가등록문화재 제145호로 등록되었다. 남지철교는 지금도 주변 청춘 남녀들의 좋은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다.

    시·글= 성선경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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