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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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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괴정리띠기 생각- 공영해

  • 기사입력 : 2024-01-04 08: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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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헝겁 조각 한 잎도 그냥 두지 않으시고

    흘려 쓴 福 자를 잎잎마다 피우시며

    꽃창포 나비를 불러 함께 놀던 당신 손길

    뉘 집 아기 돌잔치나 환갑 맞는 노인들께

    복주머니 주름잡아 하나씩 돌리시던

    괴정리 괴정리띠기* 이름자도 복명福明이던

    근동의 집집마다 복을 챙겨 돌리셔도

    당신 품 아이에겐 복 배달만 시켰는데

    먼 오늘 주머니값을 그 아이가 받습니다

    * 괴정리띠기: 나의 어머니 고 정복명(丁福明) 여사의 댁호


    갑진년 새해를 맞아 만나는 사람마다 덕담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한다. 복이 무엇인가. 복이 들어온다, 복이 달아난다, 복스럽게 생겼다 등등으로 큰 행운과 행복을 이르는 복 사상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기여한 절대긍정의 우호적인 힘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주머니를 널리 사용하던 옛시절이 있었다. 비단이나 무명조각에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자수를 놓아서 아름답게 장식하고 꾸밈을 하였던 때다. 시인의 어머니도 “꽃창포 나비를 불러 함께 놀던 당신 손길”로 복을 수놓아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괴정리띠기 댁호로 여러 가지 색실로 꼼꼼하게 수를 놓아 “뉘집 아기 돌잔치나 환갑 맞는 노인들께/복주머니 주름잡아 하나씩 돌리시던” 복 나눔으로 복을 밝히는 어머니셨다. 당시에는 복주머니 배달만 했던 그 아들이, 오늘의 행복은 어머니께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셨던 그 복을 아들이 받고 있다는 사모곡이다. 값진 복이다. -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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