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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01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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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쉼터’ 창원 동읍 등나무 ‘약품 테러’로 고사 위기

  • 기사입력 : 2024-06-27 20: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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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간 용산마을 입구 지킨 두 그루
    잎 대부분 갈색 변한 채 말라죽어가
    주민 “나무에 드릴 구멍·빈 통 발견
    자수 권고… 다음주에 신고할 예정”


    50년 동안 주민들의 그늘이 되어 준 등나무 두 그루가 누군가의 해코지로 고사 위기에 놓여 창원지역의 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27일 찾은 창원시 의창구 동읍 용산마을 입구에 위치한 등나무 쉼터. 한창 연초록 잎사귀와 지붕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연보랏빛 꽃들이 주남저수지를 배경으로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할 시기지만, 지붕을 덮은 잎사귀가 갈색으로 변한 채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쉼터는 높이 2~3m에 성인 남성의 몸통 둘레 수준의 등나무 두 그루로 조성됐다. 지난 50여년 동안 한여름 뙤약볕을 가려 마을 주민들과 주남저수지 탐방객들에게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돼 줬다.

    50여년 전 나무를 직접 심었다는 주민 이모(74)씨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친형과 함께 50년 전 엄지손가락 굵기의 나무를 심어 이만큼 자란 것”이라며 “당시에 파이프도 직접 사고 고생해서 쉼터를 만들었는데, 나무가 죽어가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27일 창원 의창구 동읍 용산마을의 등나무에 약을 투입한 사람의 자수를 권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승권 기자/
    27일 창원 의창구 동읍 용산마을의 등나무에 약을 투입한 사람의 자수를 권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승권 기자/

    마을 주민들은 누군가가 고의로 나무에 구멍을 뚫고 농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등나무 밑을 살펴보니 두 나무 모두 드릴로 뚫은 듯 구멍이 나 있었다.

    쉼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나무를 관리하는 김모(60)씨는 “여느 때처럼 전지작업을 하다 나무 옆에서 화학 냄새가 나는 빈 케첩통 두 개가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며 “누군가 나무에 약을 투입한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가 이웃 주민의 소행일 것 같아서 취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 당시 발견한 200㎖ 크기의 빈통 2개를 보여준 그는 “이번 주까지 기다려보고 범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음 주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7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용산마을의 등나무가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27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용산마을의 등나무가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쉼터에는 ‘약을 투입하신 분은 마을 이장님에게 해명하시길 바란다. 해명이 없을 시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씨는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기 때문에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서 나무를 제거하자고 했으면 모르겠지만,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이 쉼터는 주민들의 추억이 많은 곳이고, 출향민들도 등나무를 추억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 나무들이 다 죽을까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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