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룩- 김경 누군가를 미워해 본 사람은 안다미움이란 얼마나 가누기 힘든 맨몸의 부대낌인가를미움이 내안의 가시로 돋을 때혼자 된 나는 밤의 강물처럼 적막하다목숨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얼룩을 가진다어디에 밀어버릴 수도 없어끌고 다녀야하는 저온의 상처세상을 뒤집어 살아본 사람은 안다누군가 버리고 간 꿈에도등 기대 꿈...2014-07-17 11:00:00
- 우물- 장예은 수압에 갇힌 파문은 환각의 골이 깊다.뚫어지라 바라보던 저문 물의 눈빛에손가락 깨물며 젖던 무명고쟁이 꽃무늬들.흩어지는 밤꽃 향내 손톱에 움켜쥐고기억의 골목길을 서성이는 항아리마다 한가득 출렁거리며 물 퍼 올리는 두레박.혈색에 쫓겨나고 기세에 밀려나고 시간에 감염되고 계절에 중독되어 약봉지 양손에 ...2014-07-10 11:00:00
- 수밀도- 김진엽 쳐다만 봐도멍이 들 것만 같은 수밀도 한 봉지 들고사무치게 찾아 갈 곳이 있었다볕이 잘 드는남도 땅 작은 마당옷가지보다 생미역이 말라가던 빨랫줄반그늘 툇마루에 나앉아하염없이 나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수밀도보다 덜척지근한 그대아주 멀리 떠나보내고까만 비닐봉지 속에서 물크러져가는 복숭아쓱쓱 껍질 벗...2014-07-03 11:00:00
- 사과 한 알- 김미숙 한 알도 벅찼다섬마을 초등학교 체육 선생님작은 배에 사과 싣고 하나씩 던지면고사리손으로 헤엄치며 사과를 줍는다운 좋아 두 개를 잡으면가라앉아 짠물 먹기 십상생명의 한 손은 남겨야 산다는 걸가르칠 작정이었을까지금도 인생 짠맛에 눈 아릴 때면선생님의 사과 한 알을 생각한다못 잡으면 굶어죽고두 개 잡으면 ...2014-06-26 11:00:00
- 알- 류인서
개굴개굴 와글와글, 울음의 강보에 싸인 점액질의 슬픔이 있다. 몸 전체가 눈알인, 눈알 하나가 곧장, 쏟아지기 직전의 눈물 한 동이인
울긋불긋 차갑고 축축한 내 슬픔의 속내를 빠안히, 마주 들여다보는 이 비릿한 눈물송이들. 제 어둠의 온기로 부화하는, 몸집보다 커다란 울음주...2014-06-19 11:00:00
- 꽃집이 있었다- 박은형 생활의 맞은편 첫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면왼발의 그늘 지점에 잎이 머금은 산소면적과꽃의 윙크무게를 궁구하던 녹색지대가 있었다겨울이면 어깨가 좁아지는 식물들 사이에서마음껏 둥글어지는 연탄난로 허리를 목격하던 집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동승할 볕을 기다리다마치 청혼의 정류장처럼신비하면서도 쉬이 무료...2014-06-12 11:00:00
- 모나미- 유희선나의 모나미, 모나미딸깍 문을 열고 웃네짧고 새까만 단발머리 흰 교복을 입고편지를 쓰네꼬부랑꼬부랑 알파벳을 쓰네까맣게 베껴 쓰는 희디흰 꿈들우리들 풋풋한 사랑밤새 건너편까지 저어 빈틈없이 채우네나의 모나미, 모나미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바퀴 달린 모나미어디든 달려가네 날아가네 여기저기 콱 ...2014-06-05 11:00:00
- 꽃이 지는 시간- 이서린피기 이전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활짝 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아니, 지우지 못한다본래 내 것이 아니었다궁극에는 돌려보내야 함을 모르진 않다사는 동안온전한 내 것인 양 지내온 주변하나씩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이다검게 파인 자리차마 발화되지 못한 말그, 시간의 기억이웅숭깊다☞ 피면 지고 지면 당연히 피겠...2014-05-29 11:00:00
- 굴절의 전통- 김수우입석으로 타서 간이의자를 하나 잡았다 다행이다매화가 번진다 그리운 이가 먼데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지난 겨울 철탑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어찌 되었을까다행과 다행 사이 다행스럽지 못한 것들이 꽃대처럼 칼금처럼 불면처럼 직립한다밥그릇 안에서 굴절되는 영혼처럼 눈물은 봄비로 굴절되었다성냥갑만한 메아리도 없...2014-05-22 11:00:00
- 아카시아 꽃- 최광임빗방울이 아카시아 나무에 허기를 매달아 놓았어비에 씻기운 달은 스무이틀의 내리막길을 걷고잔득 뜸든 나무 제 몸을 솔솔 흔들어대고 있었어바람은 초저녁부터 종적을 감추고 무뚝뚝한어둠의 전신에 밥냄새 스며들었어일제히 투명깃털이 되어 나는 새나는 새를 만나기 위해 잠을 딛고 베란다로 나가붉은 몸, 허기진 ...2014-05-15 11:00:00
- 부레옥잠이 핀다- 손영희 1그 여자, 한 번도 수태하지 못한 여자한 번도 가슴을 내놓은 적 없는 여자탕에서, 돌아앉아 오래음부만 씻는 여자어디로 난 길을 더듬어 왔을까등을 밀면 남루한 길 하나가 밀려온다복지원 마당을 서성이는뼈와 가죽뿐인 시간들2부레옥잠이 꽃대를 밀어 올리는 아침물 속의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보송한 가슴을 가진 여...2014-05-08 11:00:00
- 봄날- 하순희생각하면 젖어오는 서러운 그대 이름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로수 잎길 걸으며안으로 젖어서 운다푸르게 흔들리며어느 먼 시간 건너만나질 인연이기움트는 나뭇잎처럼수수꽃다리 보랏빛 등처럼이리도 애절한거냐이리도 아픈거냐☞ 인연은 먼 시간 먼 길 돌아와도 만나면 좋겠다.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남겨지는 시간만큼...2014-05-01 11:00:00
- 봄 비벼먹기- 황시은어제 오후손 전화기로 체포해 온 봄을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허기진 뇌 속으로 송두리째 밀어넣는 모습이지어미를 꼭 닮았다고맙다는 생각 한 스푼,얼른 뜨거운 쌀밥을 지어야지지상의 모든 꽃잎을 남편이 따 오기로 했다흐르는 지하수에 꽃잎 한소쿠리 씻어내는 사이황사를 지나온 아이들 허기가 질 것이다체하지 않...2014-04-24 11:00:00
- 민들레- 김명희 너도 길바닥에 나앉았구나이 빠진 청춘과샛노란 추억의 갈림길에서구름 한 장 끌어다 덮고용케도 참고 있구나보도블록 틈새라도등때기 붙일 수 있어행복하다 고개 끄덕이지만흘러간 어둠과 눈물헛발로 맴돌지 않도록뿌리째 신경통 않는무릎 사이하얗게 흔들리는봄볕이여☞ 시인은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행복을 느끼는...2014-04-17 11:00:00
- 모시조개탕- 장진화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모시조개탕을 끓이신다식탁에 앉아 기다리는데내 뱃속도납작냄비 속도달그락달그락드디어 완성!뚜껑을 열자조개들이 나보다 먼저입을 쫙 벌리고맛있겠다와글다글 와글다글☞ 시인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가끔씩 김장김치 자랑 된장국 자랑 어머니 손맛 자랑을 하는데요. 제대로 된 모시조...2014-04-10 1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