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시대는 밝아져 가겠지만, 우는 아기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당장의 삶을 건강히 푸는 처방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딸들에게 사자와 기린을 보여주러 다녀왔습니다. 카시트를 장착한 자동차를 타고 동물원에 가기 위해 축적해온 노력과 일상에 대한 애정을 곱씹었습니다. 근래에 유치원 재롱잔치가 있었는지, 사탕꽃다발을 들고 신난 아이와 잘 차려입은 부부가 함께 걷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보통 모습으로 살아감’에 필요한 연료의 양을 가늠하며, 기꺼이 아름답게 소비하고 싶어졌습니다.
중학교 국사 담당이시던 이우걸 선생님께 인사드립니다. 소풍날 영주 부석사 산길을 학생들과 함께 오르며 시조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듬해 봄 용지공원에서 백일장이 열렸고, 수업에 빠져도 된다는 즐거운 명분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상이 잘 떠오르지 않아 시선을 멀리 두면 경남신문사가 보였습니다. 이렇듯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에 오늘 이 순간도 소중히 저장합니다. 십년 전쯤 은사님께서 연락주셨습니다. 취직은 했냐, 결혼은 했냐 물으셨지만 시조를 꾸준히 쓰고 있느냐는 질문 같아서 답하지 못했습니다. 네 선생님, 열심히 살아내서 그것으로 이제야 썼어요. 늦었지만 기쁘게 대답하겠습니다. 마침 수유를 마무리하고 사회 복귀를 준비하려는 제게, 당선소식은 큰 격려였습니다. 한양대 시패 선배들과 박상천 선생님, 김용범 선생님, 이재복 선생님 감사합니다. 현실을 지탱하는 힘, 시조로 탐구해 나가겠습니다.
★ 박선영 씨 약력 △1984년생 △한양대 국문과 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