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클리셰 없는, 예상 비껴가는 재치
- 기사입력 : 2018-0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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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노희준
소설이란 공백을 만드는 일이다.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가 뚜렷한 사진을 미학적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럴듯한 것으로 가득 차 있으나 무엇을 찍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문장과 디테일이 준수한 작품들이 많았다. 동시에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긴장감이 사라지거나, 미셀러니 같은 톤이 갑자기 출몰해서 문제였지만. 클리셰, 신파, 별다른 함의 없는 유머, 횡설수설하는 진행, 결말답지 않은 결말로 실망을 안기는 응모작이 대다수였다는 이야기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묘한 것과 애매한 것은 다르다. 정공법과 직설법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것과 같다. 사실은 자기 자신과 타협을 해놓고 세상과 타협했다고 정신승리하거나, 스스로도 끝내지 못한 작품을 줄타기하는 문장으로 끌고나가 그럴듯한 결말로 포장하는 재주는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겠다. 작가가 되는 데는 신춘문예 말고도 방법이 많다. 초연함을 배우지 못한 줄광대는 관객 앞에서 반드시 떨어진다. 대한민국 예술계에서 안전망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심사 도중 대화도 별로 없었건만 심사위원 두 명의 의견은 동일했다. 최종 세 작품을 놓고 고민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어 고민한 것은 아니었다. 수상작으로 뽑은 ‘포토그래퍼’는 클리셰를 피해갈 줄 아는 작품이었다. 대사도 세련돼 있었다. 독자의 예상을 조금씩 비껴나가는 재치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쟁자가 없었음이 수상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심사위원 김은정·노희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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