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천
소중애
응모 작품이 56편으로 다소 적은 편수였으나 작품의 수준이 높아서 심사하는 사람으로 흐뭇했다.
끝까지 남은 작품은 5편이었다.
가출한 베트남 엄마와 주인공을 낳다가 돌아가신 조선족 엄마를 둔 두 아이가 토끼를 키우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 가는 ‘베트맨과 족장’, 핸드폰을 사기 위해 기른 염소를 축구하느라고 돌보지 못해 죽게 한 주인공의 슬픔과 죄책감을 다룬 ‘차지만의 염소’, 여린 감성에 여자다운 취향을 갖고 있어 놀림 받는 남자 주인공의 성정체성을 다룬 ‘흔들리지 않는 꽃잎’, 치매 할머니 때문에 일어나는 불화와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만두에 대한 향수 이야기 ‘라면 만두’.
네 작품 모두 탈락시키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었으나 최종 ‘리코더를 부는 아이’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주제와 소재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작품이었으나 곳곳에 숨겨 둔 장치가 읽는 이로 하여금 보물을 찾아가는 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침대에서 찾은 친구의 구슬이 그렇고,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거는 할머니와 리코더 부는 아이에게 안내해주는 경비실 아저씨의 자연스러운 동작이 그랬다. 친구의 우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리코더를 부는 아이와의 만남이 결국에 옛 친구와의 우정을 되찾게 해 준다는 설정도 이 글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리코더를 부는 아이’가 당선작으로 선정된 이유가 곧 다른 작품을 내려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주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그래서 결말이 훤히 짐작되는 단점과 문장을 좀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탈락 작품에 대한 평이다.
응모자 모두가 신춘문예 열병을 앓느라 마음고생이 심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당선과 탈락과는 관계없이 열심히, 계속 쓰는 사람만이 훌륭한 작가로 남는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심사위원 배익천·소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