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후남
강현순
응모작 중에서 최종적으로 ‘등을 돌려보면’ ‘천리향’ ‘어머니의 하얀 손수건’ 등 세 편을 두고 고심한 끝에 작품 ‘등을 돌려보면’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수필은 체험의 문학이다. 그러나 체험의 단순한 기록만으론 부족하다. 자기를 객관화하면서 자신을 비추어보는 인간 탐구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150여 편의 응모작품들 대부분이 예년보다 수준이 떨어졌다. 대다수의 응모자들이 수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이 단순히 일상사를 기술한 것에 그쳐 아쉬움이 많았다.
당선작 ‘등을 돌려보면’은 평범한 소재를 통해 선명하고 묵직한 주제를 이끌어내는 솜씨와 문장력이 탁월했다. 오랜 기간 습작을 해온 역량이 두드러졌다. ‘돌아섰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첫 행에 주제를 뽑아낸 솜씨가 기성 작가 못지않다. ‘앞을 보며 가는 일이 외로운 이유는 누군가의 등을 보며 가기 때문이다’ ‘나는 앞모습을 보여주며 가는 선두(先頭)를 본 적이 없다’ ‘표정 없는 뒷모습에서 메시지를 찾는 일은 고독했다’ ‘걸음 값에 맞게 마음 또한 같은 값으로 따라오므로’ 등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행동을 통해 편견에 휩싸인 우리 모두에게 정신 차리라고 죽비를 후려치고 있다. ‘천리향’은 서정적 표현은 뛰어났으나 구성의 효율성은 미흡했다. ‘어머니의 하얀 손수건’은 소재의 나열에 급급해, 주제를 이끌어내는 힘이 부족했다. 당선작을 뽑으며 이만한 수준의 수필을 읽어보는 선자의 기쁨이 적지 않았다. 당선자가 앞으로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주는 더 좋은 수필을 쓰기를 기대하면서 축하를 보내며 낙선자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전한다. (심사위원 한후남·강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