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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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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이 만난 우리 시대의 청년예술인 (15) 드러머 이상일

새로운 인디씬 향한 열정 품고 오늘도 꿈 두드립니다

  • 기사입력 : 2023-08-18 07: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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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일 예술가(37)는 클럽 ‘언드(UND)’ 운영자이자 공연 기획단체 ‘옥태원’ 대표이다.

    그는 ‘배부르게 음악을 하자’는 꿈을 안고 2012년 거제 소재의 조선소에 입사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나 밴드를 찾아 나섰다. 당시 거제는 조선소 활황으로 많은 외국인 기술자가 있었고, 수십 개의 직장인밴드가 있었다. 결국, 그는 ‘고매드(GoMad)’라는 거제의 대표적인 직장인밴드를 만나 2014년부터 약 7년간 밴드에서 활동했다. 조선소의 기술자들이 주관객이다 보니 음악은 삶의 애로 등을 반영한 외국 록밴드의 유명 곡을 카피·편곡하여 연주하는 형태였다. 그는 외국인 엔지니어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하며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월 1, 2회가량 거제도 옥포동 소재 라이브 클럽에서 회당 2시간이 넘는 공연(약 20곡 이상)은 그가 느낄 수 있는 삶의 희로애락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교회서 처음 접한 드럼, 중학생 때 첫 연주

    대학 음악동아리 활동하며 더 깊이 공부

    배부르게 음악하고파 거제 조선소 입사

    직장인밴드서 외국인 엔지니어들과 소통

    지난 2월 11일 클럽 언드(UND)제1회 GUM Fest에서 열린 리페어드 몽키즈(Repaired Monkeys) 공연에서 이상일씨가 드럼을 치고 있다.
    지난 2월 11일 클럽 언드(UND)제1회 GUM Fest에서 열린 리페어드 몽키즈(Repaired Monkeys) 공연에서 이상일씨가 드럼을 치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도 불황이 찾아왔다. 2017년 즈음부터 하나둘 해외의 수주가 떨어져 나가는 등 조선 경기가 하락하자 조선 관련 일을 하던 많은 외국인 기술자가 거제를 떠났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로 여러 활동까지 제한되면서 옥포 소재 클럽의 유지가 어려워져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났다. 이때 이상일 예술가는 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공연 형태의 새로운 방향 전환을 고민해야만 했다.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과 정기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마니아층을 만드는 게 필수였다. 기성곡을 그대로 연주하는 카피밴드 (직장인밴드 형태)에서 탈피해 밴드들이 직접 곡을 만들어 활동하는 ‘인디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다.

    이상일씨가 활동한 밴드들. 2020년 밴드 ‘고매드’ 와 함께 거제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코로나19 극복 응원가 가호의 ‘시작’ 공연.
    이상일씨가 활동한 밴드들. 2020년 밴드 ‘고매드’ 와 함께 거제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코로나19 극복 응원가 가호의 ‘시작’ 공연.
    호주에서 온 Smithys부부와 함께 밴드 ‘The Smithys’ 활동.
    호주에서 온 Smithys부부와 함께 밴드 ‘The Smithys’ 활동.

    조선업 불황·코로나19로 활동 고민하다

    인디밴드로 새로운 공연 방향 전환 모색

    비영리공연기획단체 ‘옥태원’ 설립·공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 즐길 수 있기를”

    당시 이상일 예술가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옥포에 이태원을 합한, ‘옥태원’ 이라는 비영리 공연문화 기획단체를 설립했다. 그는 거제시에서 지원하는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인디밴드 공연문화를 거제에 도입했다. 그리고 수년간 활동해 오던 ‘고매드’ 밴드를 과감히 탈퇴하고, 창작 활동을 통해 연주하는 인디밴드 활동을 시도한다. 처음 시작한 밴드는 호주에서 온 Smithys 부부와 함께였다. 밴드 이름은 ‘The Smithys’ 다. 국내 활동 중 앨범을 발매하진 않았지만, Smithys 부부가 호주에서 활동하던 당시 발매했던 앨범(앨범명: Sonic Life Vibe / 아티스트: Pachooka) 수록곡 연주 위주로 거제도 내 클럽 공연을 이어갔다. 2022년 초 smithys 부부가 호주로 돌아가면서 밴드는 해체됐다. 당시, ‘25pp’ 라는 인디록 밴드에서도 드럼을 연주했다. 2021년 결성된 이 밴드는 2~3번의 라이브 공연과 3곡의 싱글 음원 발매, 1건의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밴드 ‘25pp’ 역시 여러 사정으로 2022년 해체됐다.

    밴드 ‘25pp’ 2021년 5월 싱글앨범 ‘짝사랑’.
    밴드 ‘25pp’ 2021년 5월 싱글앨범 ‘짝사랑’.

    이상일 예술가가 드럼을 접한 곳은 초등학교 때 집 근처의 교회에서였다. 황금색 심벌즈와 크고 작은 북들이 연주자를 중심으로 배치된 드럼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중학생이 되면서 악기를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고, 그는 당연히 선택했다.

    지방에 살다 보니 실용음악학원이나 유튜브 같은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가 전무후무했다. 교회 형으로부터 기본 비트(8비트) 정도를 배우며 연주를 시작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연주를 조금씩 카피하거나 기성곡을 들으며 드럼 연주를 따라 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 그러다 다른 교회 행사에서 기량이 좋은 연주자를 본 후 떠오른 아이디어가 그들이 연주하는 곡을 하나씩 카피해서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교회 행사 때면 드럼 연주에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 곡의 리듬을 가슴에 담았다. 행사 후에는 드럼채를 잡은 손과 팔의 미세한 힘과 빠르기에 주의하여 거듭 연습을 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드럼과 조금씩 가까워졌고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때 드럼은 이미 그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드러머 이상일씨.
    드러머 이상일씨.

    2004년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입학했다. 종이쪽지에 자신의 꿈을 적어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의 꿈은 ‘배부르게 음악을 하자’였다. 그는 가장 먼저 드럼을 연주할 수 있는 음악 동아리를 찾았다. 다행히 창작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는 ‘소리나래’라는 동아리를 만나 가입했다. 그리고 드럼을 더 깊이 있게 연주하기 위해 당시 유명했던 가수 ‘마야’의 드럼 세션으로 활동하던 ‘하성호’ 선생님을 찾았다. 스트로크 등 기초적인 것들에 대해 교육을 받으며 음악적 뿌리가 더 섬세하면서도 풍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상일 예술가는 ‘소리나래’ 동아리에서 매년 4회 이상의 공연, 그리고 축제, 클럽 대관 공연 등 창작곡과 기성곡 편곡 등을 통한 공연 활동을 했다. 20여 회의 공연을 가졌다. 음악은 그의 대학 생활을 흥분과 기쁨의 열기로 가득 채워 주었다.

    “드럼은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아니겠느냐”며 직장인이 드럼 연주를 배우는 것에 관해 그에게 물었다. 드럼을 취미로 연주한다면, 가장 큰 가치는 ‘재미’ 일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 또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연주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재미만 좇아 연주하다 보면 연주에 한계를 느끼고 매너리즘이나 슬럼프를 겪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기본기를 갖추고 일정한 박자에서 연주할 수 있다면, 드럼 리듬을 곡에 맞게 나름대로 만들기도 하고 필인(Fill-in) 등 곡을 더 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요소를 추가하여 음악을 더 풍성하게 완성해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드럼은 기본적으로 박자를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악기이며, 밴드 내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등의 악기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안정감이 필수다. 더구나 유료 공연 드럼 연주자라면 ‘재미’ 뿐만 아니라 청취자를 고려한 ‘책임’이 중요하다.

    드러머 이상일씨.
    드러머 이상일씨.

    드럼은 둥근 악기 하나하나의 성질을 잘 이해하고 오랜 기간 대화해서 서로의 길을 터야만 정확하게 음악적 리듬을 만들 수 있다. 그게 정말 어렵다. 기본기가 있다면 변화도 자연스레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야 한다.

    바람을 물어본다. 그가 운영 중인 클럽 ‘언드’가 더욱 번성하는 것, 많은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일 예술가는 2020년부터 거제 공연문화기획 단체 ‘옥태원’ 을 설립하여 청년리빙랩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 ‘옥태원립밤’ 공연 및 ‘포더레코드’ 로컬 음반 제작을 기획했다. 현재는 거제 공연전문클럽 ‘언드’ 오픈 및 공동 운영 중이다.

    그는 현재 인디밴드 ‘리페어드몽키즈’, ‘로플레이’ 드러머로 2023년 2월부터 거제 언더그라운드 뮤직 페스티벌(GUM FEST)을 기획하여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홍혜문(소설가)
    홍혜문(소설가)

    홍혜문(소설가)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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